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영국에서 산부인과 곳곳이 마비되고 있다.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병동으로 대거 차출돼 인력 공백이 생긴 산부인과에서 분만 수술이 취소되는 등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왕립 산부인과는 현재의 코로나19 급증세가 계속될 경우 진료를 받지 못하는 임산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에드워드 모리스 영국 왕립 산부인과 학회장은 “산부인과 환자 대기 명단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조만간 밀린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진료 마비는 코로나19 환자가 늘면서 산부인과 의료진까지 죄다 코로나19 병동으로 차출된 결과다. 모리스 학회장는 팬데믹 초기에 이미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며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이사회에 무슨 일이 생겨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은 피하게 해달라고 촉구할 것”이라며 “산부인과 의료진의 전문성은 다른 의료 인력으로 대체가 어렵고, 따라서 인력 보호는 안전한 진료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7월 중순 방역조치를 해제한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심상치 않다.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9962명, 사망자는 72명을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5만2009명을 기록해 3개월여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중 임산부 비율이 높다며 임산부들을 향해 백신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NHS에 따르면 올해 7~9월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MCO) 치료를 받은 중증환자 118명 가운데 20명이 임산부였다. 20명 중 19명은 백신을 맞지 않았고, 1명은 1회만 접종한 상태였다. 모리스 학회장은 “많은 임산부가 현재 중환자실에 있고, 안타깝게도 그들 중 대다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며 “올겨울 임산부들이 자신과 아이를 보호할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