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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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토종생강 시범포서 ‘희귀 식물·곤충 100여종’ 서식 확인

전북 완주군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에서 발견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약관심종 새박(Melothria  japonica). 완주군 제공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된 전북 완주군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에서 희귀 식물과 곤충 등 1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까지 빈번히 출현해 생물 다양성이 살아 있음을 엿보게 한다.

 

완주군은 ㈜누리넷과 동국대 바이오환경공학에 용역을 의뢰해 토종생강 시험포 조성지를 대상으로 생물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완주생강 조성지의 다양한 생태계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역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봉실산 주변 구릉 지대와 고산천 평야 지대에 자리한 완주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 3곳에 식물 90여 종과 육상 곤충 100여 종이 출현했다.

 

식물은 국화과가 15.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볏과 11.5%, 콩과 7.3%, 메꽃과·현삼과 각각 6.3% 등 순이었다. 환삼덩굴과 쇠비름, 깨풀 등 전국 경작지에 흔히 생육하는 터주식물도 다량 분포했다.

 

희귀식물인 약관심종 새박 소수 개체가 유기농업지에서 서식했으며, 소리쟁이와 별꽃, 토끼풀 등 국내에 유입돼 야생화된 귀화식물 30여 종도 확인됐다.

 

육상곤충은 한국 고유종인 산바퀴와 큰집게벌레, 모메뚜기, 방아깨비 등 15종을 포함해 105종이 분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별로는 노린재목이 29.5%로 가장 많았고, 나비목 18.1%, 메뚜기목과 딱정벌레목 각각 12.4%, 파리목 11.4% 등 순이었다.

 

조류는 꿩과 검은댕기해오라기, 황로,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등 9목 17과 26종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호리기 1종은 생강 재배지 일대에서 휴식하거나 상공에 비행 중인 모습이 관측됐다.

전북 완주군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에서 관찰한 다양한 곤충들. 윗쪽 좌로부터 좁쌀메뚜기, 산바퀴, 팥중이, 큰집게벌레, 알락방울벌레, 풀종다리. 완주군 제공

이 밖에 청개구리, 참개구리 등 양서류 2종과 유혈목 등 파충류 1종, 족제비와 고라니 등 포유류 2종도 출현했다.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한 채 살아 숨 쉬는 있음을 엿보게 한다.

 

보고서는 전통농업지와 유기농업지, 관행농업지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식물 51~61종이 분포하고 육상 곤충 34~71종이 서식하며, 조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 등 서식지 적합 여부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가 비옥한 사질토와 수분 함량이 높아 습기를 좋아하는 호습성 식물 생육의 적지임을 확인했다. 대표적으로 개구리자리와 새박, 가는 마디꽃, 좀부처꽃, 여뀌바늘, 논뚝외풀, 미국외풀, 밭뚝외풀, 드렁새, 반하, 바람하늘지기, 알방동사니 등 다수가 분포했다.

 

또 생태적 관리를 통해 육상곤충의 종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농업지에서는 국화과와 벼과 식물 등 경작 식생이 우점해 다양한 종류의 식식성(植食性) 곤충이 관찰됐다.

 

보고서는 생강 조성지의 생물 다양성이 확인된 만큼 향후 농업유형별로 지표종을 선정해 농업생물종을 보존하고 서식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생물과 희귀 동·식물 보존을 위한 안내판과 보호펜스 설치, 시민참여 교육을 통한 보전활동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용역은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에 대한 중장기 보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활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 조사는 늦여름인 지난달 5∼6일과 가을 초입인 이달 7∼8일 등 4차례에 이뤄졌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토종생강 시범포 조성지의 생물 다양성을 확인한 만큼 보존과 관리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의 보존과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주도의 운영체계 구축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