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5~11세 어린이에 대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해당 연령대 어린이 약 28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작 부모들은 자녀들의 백신 접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5~11세 어린이들에게 접종하도록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앞서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만장일치로 화이자의 백신 접종을 권고한 것을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그동안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이 연령대 어린이 약 2800만명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해당 어린이들에게는 성인 투약분의 3분의 1인 10㎍(마이크로그램)의 백신이 3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된다.
NYT는 “(그동안) 백신 접종에서 빠진 채 남아 있던 미국인들 중 일부를 보호할 방안을 고심해온 수백만 가족들이 고대해온 조치”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접종이 이뤄지려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접종 권고가 있어야 한다.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ICP)는 다음 달 2∼3일 회의를 열고 표결을 통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이변이 없는 한 CDC가 접종을 권고하고 이에 따라 이르면 3일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을 책임지고 있는 주 정부들은 지난주부터 백신을 주문하기 시작했고, 약국과 소아과, 지역 보건센터 등에서도 이미 이 연령대 어린이를 상대로 접종 예약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모임이 잦은 연말을 앞두고 보급되는 어린이 백신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처음으로 온 가족 모임을 하려는 가족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다만 장기적인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우려해 어린이 백신에 유보적인 부모들도 많아 접종률이 높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영리 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백신이 승인될 경우 이를 바로 맞히겠다는 부모는 27%에 그쳤다. 약 3분의 1은 백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효과를 내는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5∼11세 어린이에게도 백신이 허용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조속한 종식에 보탬이 될 것이란 미 보건당국의 기대와 어긋나는 것이다.
한편, 12∼15세 청소년도 지난 5월 화이자 백신이 승인됐지만 이 연령대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절반이 안 된다.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문제를 놓고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또 다른 사회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