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주요20개국) 정상들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중국·러시아 등의 반발로 구체적 ‘시간표’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시민단체들은 “반쪽짜리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G20 최종 성명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거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 선언문에서 G20 정상들은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박지 않고 ‘금세기 중반까지’란 문구로 대체했다. 가디언은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050년이란 시점에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60년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인도 같은 나라는 아예 기한조차 설정하지 않았다.
탈석탄과 관련해 G20 정상들은 각국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석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세계 정상들도 회의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중국·러시아·사우디가 하지 않는 일(온실가스 감축)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그동안 가진 희망이 실현되지 못한 채 로마를 떠난다”고 밝혔다.
세계 환경보호 단체들은 G20 선언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성명에서 “(G20 선언은) 야망과 비전이 부족하다”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전에 필요한 ‘중요한 순간’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이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G20 지도자들은 COP26이 해야 할 일을 망쳐 버렸다”고 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도 성명에서 “G20이 (기후위기 대응 요구에) 막연한 약속과 진부함으로 화답했다”며 “지구는 불타고 있고,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며, 즉시 기후 계획을 모든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호단체 ‘글로벌 시티즌’도 기고문에서 “‘금세기 중반’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G20이 이런 기본적 사실조차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과 지구에 대한 태만에 가깝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