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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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축산물·통신비 기저효과가 밀어올린 소비자물가 [뉴스+]

서울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물가를 3%대로 밀어 올린 주요 원인으로는 유가, 통신비 기저효과, 축산물을 꼽을 수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치솟았고, 지난해 10월 단행한 휴대전화 요금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번에 반영됐다. 농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축산물은 여전히 강세를 이어갔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했는데, 기여도를 따져보면 상품이 1.45%포인트, 서비스가 1.73%포인트였다.

 

상품 중에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공업제품으로 기여도가 1.40%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석유류의 기여도가 1.03%포인트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 등이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7.3% 상승했다. 이는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축산물도 13.3% 오르며 물가 상승에 0.34%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의 오름폭이 컸다. 반면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산물(-6.3%)과 수산물(-0.7%) 가격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폭을 각각 0.32%포인트, 0.01%포인트 낮췄다.

 

서비스 중에는 외식 등 개인 서비스의 상승률 기여도가 0.87%포인트로 가장 컸다. 공공서비스의 상승률 기여도는 0.69%포인트였는데, 이 가운데 0.67%포인트가 통신비였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16∼34세, 65세 이상 등 모두 1천888만명에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10월 물가 상승률은 9월(2.5%)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는 이번 달에 사라지거나 영향을 미치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달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한 것도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을 둔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이달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워드 코로나)과 코리아세일페스타, 소비쿠폰 지급 등 소비 진작책도 물가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참고자료로 낸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에너지 수급불균형 지속 등으로 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서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석유류·농축수산물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단계에서 부과되기 때문에 오는 12일 유류세 인하조치 시행 이후에도 인하 전 반출된 휘발유가 시중에 유통되며 인하 효과 반영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대책을 철저히 수립·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희원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