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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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文정부 빛과 그림자 모두 내 몫… 부동산 대개혁”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메시지 내놔
중도·보수층으로 외연 확대 나서

산업화의 길 연 박정희 업적 언급
“탈탄소시대 에너지 고속도로” 다짐

“부동산 불로소득 없애겠다” 의지
文대통령이 선물해준 넥타이 착용
이낙연 등 원팀 강조하며 지지연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일 “집권 후에는 최우선으로 강력하고 대대적인 부동산 대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대적인 부동산 공급으로 집값 하향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KSPO)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삼키고 있는 부동산의 위기와 절망을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 후보가 이날 선대위 출범식 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대대적 부동산 개혁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 사건을 의식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특히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해 허탈감과 좌절을 안겨드렸다. 공직 개혁 부진으로 정책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재명정부에서는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 이재명이 앞장서겠다. 새 길을 내며 가시밭길에 찢기더라도 국민이 걸을 길을 꽃길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개혁과 관련해 “개발이익 완전 국가 환수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부동산 대개혁의 적기”라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제도개혁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정과 협의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기본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당원들과 기념촬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 네 번째)가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대한민국 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당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 ‘원팀 선대위’ 출범 연설

 

“더 새롭고 더 유능한 4기 민주정부, 변화되고 혁신된 이재명정부를 반드시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하고 부동산·민생 문제는 사과했다.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와 다른 ‘이재명정부’ 차별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1호 공약으로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 대신 ‘성장의 회복’을 꼽는 등 중도·보수층 공략 메시지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박수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대한민국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을 열고 본격 대선 체제로 전환했다.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대선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경선 후보를 포함해 380여명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이재명정부’를 모두 일곱 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5000자 분량으로 작성됐던 지난달 1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에서 ‘이재명정부’를 단 한 차례 언급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승계자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4기 민주정부’는 이날 연설에서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대신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며 박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그가 보수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박 전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한 것은 중도·보수층을 겨냥, 이념에 갇히지 않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는 송영길 대표가 지난 7월 당 공식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언급하며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한 것과도 맞닿는다.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동산’을 꼽은 이 후보는 이재명정부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오명을 없애겠다며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와 함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잡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과 동시에 야당의 ‘대장동 의혹’ 공세를 부동산 정책 공방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이날 재차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개발이익 환수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는 4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민생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 어떤 것도 국민의 먹고사는 의제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그동안 민주정부와 민주당,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당장 이번 정기국회를 ‘첫 번째 이재명표 민생개혁 국회’로 만들겠다며 코로나19 손실보상 확대 방침을 재강조했다.

 

이 후보는 다만 자신을 “문재인정부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고 언급하며 “문재인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다.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 무조건적 차별화가 아닌 ‘발전적 계승’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당초 행사장에 입장할 때는 ‘노타이’ 차림이었으나 행사가 시작하자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차담 뒤 선물로 받은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 역시 지지 연설을 통해 일제히 ‘원팀’을 강조하며 정권 재창출에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이 전 대표는 “여러분이 민주당이고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이다. 전국 당원동지 한분 한분이 민주당이고 저 이낙연 또한 민주당”이라며 “이재명 동지와 함께 민주당답게 승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이 후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우리가 이 후보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각 지지 연설이 끝날 때마다 일일이 경선 주자들의 손을 잡고 포옹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 시작 무렵에는 가난한 어린 시절에서 인권 변호사까지 이 후보의 인생을 담은 영상이 희망적인 가사와 함께 상영됐다. 송 대표는 “계파도 조직도 없이 오뚝이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이 후보는 더 이상 외롭게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원팀 민주당, 드림팀 선대위가 이재명과 함께 싸우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며 대한민국 대전환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다른 경선 후보 측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선대위 1차 인선 발표 당일인 1일에는 이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들과, 이날은 정 전 총리 측 인사들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장혜진·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