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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수백만대 멈춰서기 직전… ‘품귀 현상’ 요소수가 뭐길래 [뉴스+]

요소수, 최근 열흘 사이 가격 10배 폭등
디젤 엔진 미세먼지 줄이는 필수 소모품
中, 호주와 무역 분쟁… 원재료 수입 타격
사태 장기화될 경우 ‘물류 대란’ 우려도
3일 경기도 의왕컨테이너 물류기지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수백만대의 화물차가 멈춰서기 직전이다. 화물차가 운행을 못하면 물류대란이 벌어져 최근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화물차들을 멈춰세운 것은 다름 아닌 요소수다. 최근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휘발유보다 요소수가 비싼 값에 팔리는 실정이다. ℓ당 1000원선에서 판매되던 것이 최근 열흘 사이 1만원대까지 폭등했지만, 돈을 줘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요소수는 화학물질인 요소, 즉 암모니아를 물에 녹인 물질이다. 2000년대만 해도 생소했던 요소수는 2010년대 들어 화물차 시장의 필수 소모품으로 자리 잡았다. 화물차에 주로 쓰이는 디젤 엔진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의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SCR(질소산화물 저감 장치)이다. 질소산화물과 요소수가 SCR 내에서 만나면 화학 작용에 의해 환경에 무해한 질소와 수증기로 바뀌어 배출된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SCR을 통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약 65~85% 줄일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판매되는 디젤차에 SCR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요소수가 부족한 경우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요소수는 2015년 6252만ℓ에서 지난해 2억2000만ℓ까지 늘어났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2분기 요소수 등 암모니아 계열에서만 17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요소수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매년 약 500만t의 요소를 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한국 또한 요소 수요의 3분의 2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올해 들어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 규모만 9월 기준 2억300만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

사진=뉴시스

중국이 갑자기 수출 제한에 나선 이유는 자국 내 석탄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로 석탄 내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요소를 생산한다. 이 석탄 중 절반 이상은 호주로부터 들여온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부터다. 호주가 미국과 공조하면서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수입을 금지한 뒤 정작 중국이 석탄 부족에 허덕이는 처지가 됐다. 발전용 석탄이 모자라 중국 주요 지역에서는 전력난을 겪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내 생산시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 세계 각국이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한국의 요소수 품귀 현상도 그 여파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디젤 차량 중 요소수가 필요한 경유차는 400만대다. 그 중 50%인 200만대가 화물차량이다. 요소수가 없으면 화물차 200만대는 꼼짝 없이 멈춰서야 한다. 국내 재고가 2~3개월분량이라고 하지만, 벌써부터 사재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4일 건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요소수 가격 폭등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