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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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응 우수 지자체 11곳 선정

우수사례 11건 중 아빠 관련 2건
‘男 양육 책임’ 강화 필요 목소리도
“공공성만 강화… 여성에 떠넘겨”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지역 맞춤형 저출산 대응책들이 여전히 공동 육아주체인 ‘남성의 양육 책임 강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선정된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11건 중 아빠의 육아 책임 관련 정책은 2건에 불과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하고, 11건의 우수사례 중 최종 순위를 가린다고 3일 밝혔다. 올해 6회째를 맞이하는 이 대회는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해왔다. 이번에 선정된 11곳은 시·도 3곳(울산, 강원, 전남)과 시·군·구 8곳(서울 서초·강동구, 부산 수영구, 경기 시흥시, 강원 양구군, 충남 당진시, 전남 광양시, 경북 포항시)이다.

그러나 우수사례 대부분이 엄마의 육아 부담을 공동 육아주체인 아빠와 나누는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선정 사례들은 △공공 돌봄 서비스 강화 △재정 지원 △출산 인프라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이 많았으며, 아빠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은 부산 수영구(아빠 육아휴직 수당), 서울 서초구(아빠 육아휴직 수당과 아버지센터 등) 등 2곳뿐이었다. 남성의 육아 책임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구조에 대한 고민보다는 육아의 공공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결국 돌봄 영역을 여성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엄마와 아빠가 같이 육아를 분담하는 마을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단계를 건너뛰고 마을공동체가 육아를 한다는 것은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결국 지역사회 내에서도 늘 육아를 해 온 여성들에게 다시 육아를 전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도 “여성들이 남편과 평등하게 책임을 나눠지는 ‘가정 내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 아이를 안 낳으려는 경향이 바뀌긴 힘들 것”이라며 “아무리 구청 등이 육아의 짐을 덜어준다고 해도 근본 대책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