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버지니아 공화당 승리 주역은 CRT(비판적 인종 이론)”

가디언 “중간선거서도 활용할 것”
영킨 ‘CRT 교육 금지’ 공약 호응
미국 버지니아주 지사 선거에 도전한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가 3일(현지시간) 새벽 첸틸리의 호텔에서 열린 선거 행사 도중 당선 소식을 듣고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텃밭’인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1등공신으로 ‘비판적 인종 이론’(CRT·Critical Race Theory)이 꼽힌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CRT라고 보도했다. CRT는 1970~1980년대 하버드 법대 교수 데릭 벨을 포함한 학자들이 개발한 이론이다. 인종차별이 개인의 편협함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유색인종에게 불공정하게 작용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 탓에 발생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미국 사회에서 큰 존재감이 없던 이 이론은 백인 보수주의 진영에서 거센 비판을 제기하기 시작해 급기야 주지사 선거의 최대 화두가 됐다.

공화당은 CRT가 모든 백인을 ‘잠재적 인종주의자’로 몰아붙인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교실에서 가르치면 흑인 아이들은 스스로 희생자로 내면화하고, 백인 아이들은 가해자로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리다.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글렌 영킨은 ‘CRT 교육 금지’ 공약을 전면에 들고 나왔다. 지난달 유세 현장에서 영킨은 “아이들에게 모든 문제를 인종적 시각으로 보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취임) 첫날부터 CRT 교육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약의 효과는 컸다. 유색인종 인구 증가에 따른 백인들의 위기감을 흡수한 것이다. 동시에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인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도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장기간 내려진 휴교령이나 학교 내 마스크 의무화 등은 학부모들 반발을 샀다.

민주당 후보 테리 매컬리프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헤아리기는커녕 헛발질만 일삼았다. 그는 토론회에서 “나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킨은 매컬리프의 이 실언을 자신의 선거 유세 영상에 넣어 공세를 이어갔다.

가디언은 CRT 반대로 승리를 맛본 공화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이른바 ‘영킨 공식’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미국 내 공화당이 장악한 몇몇 주는 공교육에서 CRT 교육을 금지하는 조처를 하고 있다.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주지사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CRT에 관해 각각 “아이다호주 시민을 분열시킨다”, “주정부가 허용하는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