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시가총액 1, 2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서 주목받으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말까지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또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9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2시 28분 6만8524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6만8000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상승 랠리 당시 비트코인 고점은 6만4875달러였다. 비트코인은 고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해 오후 2시 현재 6만8000달러 초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상승세다. 이더리움 시세는 이날 오후 12시 57분 4815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4월 기록했던 전고점(4372달러)을 넘어섰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8200만원을 돌파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오후 1시 개당 8270만원까지 오른 뒤 진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번 상승 랠리 때 비트코인은 8199만원까지 올랐지만 8200만원대를 돌파하지는 못했다. 이더리움도 582만7000원을 찍고 소폭 하락 중이다.
상승세에 힘입어 비트코인 시가총액 또한 불어났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1조2834억달러(약 1500조원)에 달한다. 테슬라(약 1조15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셈이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도 5697억달러(약 670조원)까지 늘어났다.
지난 6월 말 한때 2만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7월 말부터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최근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9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폭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대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헤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 이때 자산 손실을 막기 위해 일정한 가치를 갖는 다른 상품을 구매해 보유하는 것을 헤지라고 한다. 헤지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자산이 금인데, 비트코인은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불과 10여년 만에 금과 비슷한 지위를 갖게 된 셈이다. 다른 자산군과의 상관이 낮아 인플레이션 헤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달성하면서 연말 상승장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특히 기관들의 시장 참여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리면서 한동안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화폐 헤지펀드 엑소알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리프치츠는 “비트코인 가격은 황소(매수자)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연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