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홍카단’이라 밝힌 어느 누리꾼이 자신에게 남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했다.
‘홍카단’은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돕고자 20·30세대를 주축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말한다.
앞서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txt’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 A씨는 “이번에 이재명 후보님을 찍기로 한 ‘홍카단’ 중 한 명”이라며 “진심을 담아 하고 싶은 말을 눌러 썼다”고 운을 뗐다.
글은 ‘홍카단’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A씨가 정말 ‘홍카단’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A씨는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대통령, 국민의힘이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주면, 민주당이라는 당에도 제 표를 잠시 맡길 수 있는 당이 되길 바랐다”고 적은 뒤, 민주당을 보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 ‘골룸’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주고, 지방선거도 주고, 총선도 줬다”며 “시간이 부족해서 대통령 (선거) 한 번 더 줘. 이게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냐”고 질문부터 던졌다.
민주당의 현주소가 ‘절대 반지’를 갈구하지만 뭘 하려고 하는지 잊어버린 채 ‘골룸’만 외치는 모양새 아니냐며, “행정부권력, 지방의회권력, 지방행정권력, 180석의 막강한 의회권력을 갖고 나니 어땠냐”고 물었다.
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느냐”며 “아니면 그냥 이걸 갖게 되어서 그게 좋았던 거냐”는 말과 함께, “더 이상 가져갈 것도 없는데 여기서 무엇을 이루셨느냐”는 추가 질문도 던졌다.
특히 ‘페미니즘’과 ‘부동산’은 민주당이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었냐면서, A씨는 “페미니즘을 부숴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유일하게 진지하게 응답했던 사람”이라고 자신이 홍 후보를 택했던 이유도 댔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향해 ‘우리의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하냐’고 분노해야 할 하나의 집단이 둘로 갈려 싸우고,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대통령은 방관했다”며 “이게 문재인식 청년문제 해법 아니었냐”고 현 정권을 비꼬았다.
그리고는 “대통령과 페미니즘 세력은 서로의 숙주이자 기생충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A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지경까지 오기 전에 진즉에 풀어야 했다”면서 “큰일을 하다 보면 으레 생기는 잡음 정도로 여기며 오늘도 무책임하게 외면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다음 대통령은 이걸 풀 수밖에 없다”며 “방치 내지 더 악화시킨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남녀를 갈라 서로가 싸우게 만드는 상황을 멈추고, 서로 힘듦을 이해하며 배려하고 배려받는, 각자 세상의 반이었던 때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숨고 싶지도 않을 그런 투표를 하고 싶다”고 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게시물을 공유하며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민주당을 겨냥한 글의 공유는 이 후보가 쇄신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오후 9시 기준 해당 게시물 주소로 들어가면, 원본이 아닌 ‘이재명이 공유한 홍카단 중 한명의 글, 전문복구’라는 제목만 다를 뿐 본문은 같은 글이 확인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본이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후보는 같은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과와 관련, “3기 민주당 정부가 100%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촛불혁명을 통해서 국민들께서 혁신적 변화, 정말 이전보다 정말 나은 삶을 기대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문제나 사회 경제 개혁과 관련해 국민 기대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부동산 문제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에 실제로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나아가 자신의 사과를 개선된 상황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승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권교체’나 ‘정권재창출’이냐를 놓고는 “세상엔 흑백만이 아니라 회색·빨간색도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인 건 공유하되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건 과감히 고치며, 필요한 건 더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더 유능하고 민생적이고 더 전진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