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가 전환된 이후 중환자, 사망자 증가세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을 치료할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46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35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 8월25일 434명을 훌쩍 넘어섰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4명 증가한 3012명으로, 지난해 2월20일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629일 만에 3000명대에 진입했다.
중환자의 82.8%(381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 35명, 40대 26명, 30대 15명이며, 20대와 10대도 각각 2명, 1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 사망한 14명은 50대와 60대 각 1명, 70대와 80대 각 6명이다.
위드 코로나 방역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중환자와 사망자 수는 증가세가 빨라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9월1일 이후 300명대를 유지하던 위중증 환자는 지난 6일 411명으로 67일 만에 400명대로 올라선 뒤 닷새 연속 400명대가 유지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지난 1일(343명)과 비교하면 열흘 새 117명 늘었다. 사망자는 지난 1일 2858명에서 154명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지난 1일 45.2%에서 9일 기준 57.2%로 높아졌다. 중환자는 아니지만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의 환자를 돌보는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60.0%에서 62.9%로 상승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및 사망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등 여러 방역지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아직 의료대응 여력이 남아 있지만, 연말 모임이 더 활발해지고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지면 지난해 말과 같은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추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하는 중환자, 사망자는 위드 코로나 이전 감염자들로, 전환 후 확진자 증가 영향은 이제부터 반영된다. 지난 3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내놓은 ‘시나리오별 코로나19 확산, 위중증 환자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가운데 위중증 환자 수가 2주 뒤 500명대, 11월 말인 4주 뒤엔 800명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령층, 백신 맞아도 중증 확률 높아… “5차 대유행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 이유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후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와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에서 확진자가 늘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에크모 등 중환자 치료 의료기기를 확충하는 한편, 의료기관·노인 여가복지시설은 방역패스 적용으로 고위험군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수는 일주일 전인 3일 2030.4명에서 이날 2148.6명으로 5.8% 증가했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날 32.2%로 30%를 넘었다. 18세 이상 성인 백신 미접종자는 이날 기준 약 457만5000명이며, 이 중 60세 이상은 약 110만2000명이다.
고령층은 백신을 접종했어도 중증·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2주(10월17∼30일) 접종완료 후 중증환자 99명 중 95명(96%)가 60세 이상이다. 접종완료 후 사망 22명은 모두 60세 이상이었다. 백신 미접종자는 위험이 훨씬 더 크다. 4월3일∼10월30일 발생한 확진자 25만6635명을 분석한 결과 미접종 확진자들의 중증화율은 2.93%, 접종완료자는 0.56%로 5.2배 차이를 보였다. 중환자가 가장 많은 80세 이상에서도 미접종 확진자의 중증화율(27.41%)은 접종완료자(8.32%)보다 3.3배 높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체 확진자 규모 증가로 위중증·사망자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체 확진자 규모, 특히 미접종 확진자의 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 요인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단계적 일상회복 전후로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크게 늘었다. 지난주 휴대전화 이동량은 2억5141만건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이동량 2억6202만건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집회·시위신고는 3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8일 전국 집회 신고 건수는 총 7009건, 일평균 876건으로, 지난달 일평균 274건과 비교해 319.7%나 증가했다. 서울은 지난달 일평균 44건에서 1∼8일 217건으로 더 많이 늘었다. 오는 13일 서울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1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접종 완료자 499명씩 한 무리를 이뤄 70m씩 거리를 두고 세종대로 등에 모여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시와 경찰이 불허했지만, 민주노총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은 환자 입원, 직원 채용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백신 미접종 종사자는 주1회 PCR 검사를 실시한다. 의료기관 면회는 불가피한 경우 접종완료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고령층이 이용하는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접종완료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일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린 정부는 67억원을 들여 중환자 치료를 위한 에크모 33대와 인공호흡기 60대를 구매해 비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이후 올겨울 대규모 5차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증가하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유행이 확산할 것”이라며 “비수도권에서는 중환자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며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듯 감염병센터를 지정하고 이들 병원이 병상과 인력, 장비를 확충하며, 지역별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코앞인데… 학생 확진 증가세 ‘비상’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8일)을 앞두고 10대 확진자 증가세가 뚜렷해지자 정부가 자율에 맡겼던 청소년 백신접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한 수능, 수도권 전면등교 준비를 위한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백신접종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고3 학생의 확진 비율이 급감해 백신접종의 효과는 객관적으로 나타났다”며 “아직 1차 접종률이 24.7%로 낮은 상황인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해 학생·학부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질병청에 각별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수험생 확진자는 66명이고 이 중 수능일 이후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해 별도시험장 배정이 필요한 수험생은 12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부 총리는 “확진자 수험생을 위해 전국 31개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 383개 병상을 확보했다”며 “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해서는 전국 112개소 620개실의 시험장을 마련해 모두 3099명이 응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능에서 자가격리자는 별도시험장, 확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유 부총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간담회 참석자들과 함께 수능을 앞둔 교실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수도권 교육지원청 방역점검단 운영계획, 수도권 초·중등학교 안팎 방역 준비 상황 등을 살펴봤다.
유 부총리는 “수능 방역 점검을 통해서 수도권 전면등교 준비의 부담이 덜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22일 수도권 전면등교를 위해 현재 수도권 지역의 선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확대됐고, 학교생활방역 점검단 구성이 진행 중”이라며 지자체 간 철저한 협업을 당부했다.
◆의료연대 11일 총파업… 진료 차질 없을 듯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가 공공의료 확대와 간호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들의 파업으로 진료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0일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의료연대 파업 시 진료 공백과 관련한 질문에 “의료연대 차원의 집회가 예고됐지만, 개별 의료기관의 파업이라기보다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 차질에는 큰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이날 파업할 예정이던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대구가톨릭병원은 (9일) 노사 간 협의를 잘 마쳐 계획을 철회했다”며 “복지부도 의료연대와 그간 3차례 회의를 통해 여러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월 1회 정기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연대가 지적한 간호인력 등 의료진 인력난 해소 대책과 관련해 지난 9월 정부와 보건의료노조의 노정 합의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정책관은 “9월28일에 코로나 병상을 운영하는 간호인력과 관련한 잠정배치 기준을 합의했다”며 “이후 적정 간호인력 배치 수준과 시행 시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