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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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찜부터 내장볶음밥까지… 신선한 ‘랍스터 파티’!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랍스터 맛집

1세대 전문점 ‘바다목장 바닷가재’
살코기 특제소스에 풍덩… 볶음밥은 감칠맛
시푸드 뷔페 ‘바이킹스 워프’ 선도 최고
회는 탱글·아삭아삭… 찜은 쫄깃·달달
중식당 ‘차오란’ 랍스터 활용 면 요리 선봬
시그니처 ‘마늘소스 랍스터 누들’ 후루룩~
지금은 종종 사과나 토마토보다도 저렴하게 만나지만, 어렸을 적만 해도 바나나는 경이롭고 두근거리는, 신비의 과일이었다.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에나 구경할 수 있는 선망의 과일바구니, 그 정중앙에서 위세를 과시했다. 지금 바나나는 수많은 가정에서 건강한 아침과 달콤한 맛을 선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비싸 럭셔리의 대명사로 여겨진 ‘랍스터’ 역시 그렇다. 특별한 날 가족들과 함께 수산시장에 마음을 다잡고 찾아가거나 레스토랑에서 기억에 남는 식사로 먹었다.

 

그런 랍스터가 이제 종종 마트에서 행사를 해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이색 메뉴로 만나기도 하는 반가운 존재가 됐다. 김새봄의 스물한 번째 먹킷리스트는 ‘랍스터 맛집’이다.

# 한식 스타일 랍스터 코스는 바로 이것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바다목장 바닷가재’는 간판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낸다. 강북에서는 최초,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봤을때 파란만장한 1세대에 속하는 랍스터 전문점이다. 중랑시장 안에 작게 있던 가게가 잘돼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

어른 손 크기를 훌쩍 넘는 50년산 랍스터 집게발 크기에 압도된다. 그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한식 스타일 코스야 찌고, 내장에 밥 볶고, 껍데기에 라면을 끓여 먹으면 완성되는가 싶다. 하지만 이곳 주인장의 강력한 노하우가 있어 섣불리 젓가락질을 했다간 애정어린 한 소릴 듣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집은 다 계획이 있으니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

첫 점은 몸통과 가까운 집게발 부분부터. 뚝뚝 떨어지는 굵은 섬유질에 처음부터 그릇에 코를 박고 시작한다. 영혼 끝까지 긁어먹고 싶지만 주인장은 “집게발 끝 쪽은 맛없으니 먹지 말라”는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신념가득한 조언을 건넨다. 살코기를 먹으며 조금씩 드러나는 내장은 랍스터 크기가 큰 만큼 어마어마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해 얼른 한 수저 하려는 찰나, 또다시 “나중에 밥을 비벼야 하니 ‘절대’ 손대지 말라”는 당부가 떨어진다.

‘바다목장 바닷가재’ 쌈

본격적으로 바다목장 바닷가재만의 랍스터 쌈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살코기를 뚝 떼어 고소한 와사비·마요 소스에 반을 첨벙, 매운 소스로 나머지 반을 적신다. 이걸 김에 올린 뒤 파를 다져 만든 바다목장만의 특제 소스를 수북이 얹고, 꼬들꼬들한 단무지를 꾹꾹 눌러 야무지게 싸 먹으면 오만가지 식감을 느끼게 된다. 3종 소스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감칠맛까지 그저 ‘정말 맛있다’를 연발하게 된다.

손 안 대고 꾹꾹 참았던 내장은 기대 이상의 볶음밥으로 평가받는 비빔밥으로 보답한다. 재료는 그저 풍부한 내장에 날치알, 밥 두공기, 참기름뿐이지만 진한 내장 맛에서 오는 감칠맛은 방금 맛본 랍스터의 체급을 선명히 떠올리게 한다.

‘바이킹스 워프’ 회

#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랍스터 뷔페’

‘1인당 100달러.’ 특이한 가격정책으로 오픈 초기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바이킹스 워프(VIKING’S WHARF). 세계적인 해안 관광명소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워프’를 모티브로 랍스터와 신선한 해산물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시푸드 뷔페이자 우리나라 랍스터 가격을 대폭 줄인 장본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주로 잡히는 랍스터는 수온이 낮은 캐나다산의 육질이 더 단단하고 질이 좋아 바이킹은 이를 직접 수입한다.

하지만 좋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랴, 해산물은 뭐니 뭐니 해도 ‘선도’ 아닌가. 캐나다에서 항공직송으로 수입하는 활랍스터는 인천공항 화물청사 안 바이킹만의 수족관으로 바로 옮겨져 산 채로 검역을 마치고 빠르게 서울로 들여온다. 미션임파서블과도 같은 일사불란한 작전을 끝내고 뷔페에 도착한 랍스터들은 ‘무제한’을 내걸었으면서도 당연스레 맛이 뛰어나다. 덕분에 하루에 무려 1200마리가 소비된다고 한다.

‘바이킹스 워프’의 랍스터 찜

가장 인기 많은 메뉴는 역시 대중적으로 익숙한 즉석 랍스터찜. 가게 오픈시간에 맞춰 온 고객들은 입장하자마자 대형 찜기로 달려갈 정도다. 찜기 뚜껑을 열리길 줄지어 기다리다 순서대로 접시에 가득 랍스터를 담아 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눈빛에 설렘이 가득하다.

어렵사리 가져온 찜은 소스를 찍을 새도 없이, 김이 모락모락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입에 넣는다. 설탕에 빠트렸나. 달달함이 끝내준다. 따끈한 온도감과 야들야들한 살결, 향긋한 바다 내음. 먹으면서 눈은 또다시 찜기 앞에 길게 늘어선 그 줄에 가있다.

바닷물을 꾹꾹 압축해 눌러넣은 듯, 생기가 넘치는 랍스터 회는 방금 잡아올린 듯 텐션과 식감이 황홀하다.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청명하게 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회보다 찜이 익숙할지라도 회를 우선으로 즐기라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 면으로 랍스터 완전정복

근래 부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호텔 식음업장을 꼽으라면 단연 ‘시그니엘 부산’. 이 중 모던 차이니즈를 표방하는 ‘차오란’은 화려하게 번영했던 1920년대 홍콩의 분위기를 반영한 중식 레스토랑이다. 런던의 유명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출신 셰프를 본격 영입해 글로벌한 수준의 광동식 요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랍스터를 활용해 만드는 각종 면요리가 두드러진다. 아무리 고가의 다이닝이라도 대개 중식당에서 짜장, 짬뽕, 볶음밥, 볶음면 등 대중적인 식사류를 선택하는 것에 비해 차오란은 ‘광동식 랍스터 누들’, ‘마늘소스 랍스터 이나니와 우동’ 등 그야말로 ‘랍스터 요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중 시그니처와도 같은 ‘마늘소스 랍스터 누들’은 평온한 낮 코스를 즐기던 중 꽤나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코스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반전의 연속. 일본의 2대 우동으로 유명한 이나니와 우동면의 깊은 쫀득함에 비스크 소스의 조합은 과연 이곳이 바로 홍콩이자 상해다. 수조에서 갓 잡아 탱글함이 살아있는 랍스터 속살에 홀딱 빠져 있다가 이나니와우동을 비스크소스에 촉촉히 적셔 후루룩. 완벽한 면 익힘에 한번 놀라고 코팅된 면발의 구수한 마늘소스에 두 번 감탄한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