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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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도 분쟁화’ 노리고 한·미·일 공동 회견 무산시킨 日

한·미·일 3국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그제 미국 워싱턴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 등과 관련해 공동기자회견을 가지려다 무산됐다. 회견장에는 최종건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사무차관 등 한·일 차관이 빠지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혼자 나왔다.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이다. 전례없는 일이다. 최 차관은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일본이 급기야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한반도 이슈를 해결해야 할 우리 입장에선 의도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핑계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데다 역사·지리적, 국제법적으로도 우리 영토라는 근거가 수두룩하다. 대마도가 한국 땅이 될 수 없듯이 독도는 일본 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은 1905년 2월 발령된 시마네현 고시를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을 때 나온 고시다. 일본 독도영유권 주장은 생떼다.

 

일본의 ‘독도 도발’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세고, 전방위적이다. 2005년 이후 17년간 방위백서에 “일본의 고유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있다”고 적시해 놓고 있다. 2017년에는 독도영유권 주장을 담은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더니 올 3월에는 내년에 사용될 고교 1학년 사회과 교과서 30종 전체 검정을 통과시켰다. 얼마 전엔 2020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 성화 봉송로 지도에 미세한 점을 찍어 독도가 일본 땅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 모든 일들이 독도를 분쟁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려는 계산된 도발이다.

 

외교가에선 종전선언 문구를 놓고 한·일 간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임기 6개월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문제이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 이참에 우리 외교력엔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위안부·강제동원·후쿠오카 원전 오염수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미·일 3각 공조는 필수적이다. 한·일 관계 개선은 양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화급한 일이다. 우리가 대미 외교에 치우쳐 대일 외교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