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반문 빅텐트’를 치려는 윤석열 후보와 ‘원톱’으로서 실질적 권한을 쥐려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이견으로 선대위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윤 후보 인선안에 김 전 위원장이 대체로 수긍했지만 일부 자리를 둘러싼 이견으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윤 후보는 18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열린 ‘SBS D포럼 2021’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에 대해 “선거라는 건 소수만 하는 게 아니다. 당원이나 관계자, 당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셀 수 없는 많은 분들이 선거를 도와주고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윤 후보는 ‘선대위에 반문 빅텐트 외에 다른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조금만 더 지켜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의중은 ‘용광로 선대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전 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우면서도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도 손잡으려는 구상이다. ‘총괄선대위원장-상임선대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 3단계 구조에서 김 전 위원장 아래 김병준 전 위원장을 두고, 별도의 국민통합위를 꾸려 김 전 대표를 기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이러한 조직표를 들고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부인하며 조직 구성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대화를 했는데 무언가 타결이 안 됐으면 이견이 있는 거니까. 그걸(만남을) 부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현재까지 알려진 선대위 구조로는 김 전 위원장의 전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두 사람과 개인적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는 “(김종인·김병준 전 위원장) 둘 간에 위계를 다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두 사람은 승부사로서 네임밸류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를 국민통합위에 기용할 경우 호남과 중도 외연 확장에 힘쓸 김 전 위원장과 역할이 겹치는 측면이 있다. 또 향후 야권 통합 작업에서 김 전 위원장과 대립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안철수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별도 조직에 들어오는 건 안 대표가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 통합보다는 ‘자강’과 ‘보수 혁신’을 강조하며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도 안 대표와 대립했다. 조직·직능·정책·홍보·당무 지원·특보 등 분야별 본부를 수평적으로 두고 이를 총괄할 ‘총괄선대본부장’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구상도 김 전 위원장으로선 마뜩잖은 부분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는 “원톱이라고 하지만 하나를 컨트롤하느냐, 넷을 컨트롤하느냐에 따라서 원톱의 난이도가 달라진다”며 수평적으로 쭉 나열된 조직으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선 셋 중 누구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김 끌어안기’는 윤 후보가 정치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첫 관문으로 꼽힌다. 선대위 합류에 선 그은 홍준표 의원을 끌어안는 것도 주요 과제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진통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났지만 김 전 위원장은 ‘보지도 못했다’며 부인하고 나섰다”며 “결재판을 가지고 갔지만 반려당하고, 상왕의 심기까지 건드렸다. 시작부터 삐걱삐걱, 고장 난 수레가 요란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