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제3회 THINK TANK 2022 포럼’에서는 대한해협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일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세계적인 경제·문화적 파급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이날 포럼의 세션2 ‘신통일한국으로 가는 길, 한일해저터널’ 토론에서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고 DMZ(비무장지대)가 열린다면 일본 도쿄에서 영국 런던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의 주장은 앞서 자신의 기조연설 핵심 내용인 ‘DMZ 개방이 추동할 한반도 변화와 주목받는 지역으로서의 위상’과 연결된 내용이다.
한일해저터널과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육·해상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계를 통한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전망한 로저스 회장은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1981년 11월10일 한일해저터널 사업을 공론화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은 1986년 10월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에서는 제1차 조사를 위한 사갱(斜坑) 공사가 첫 삽을 떴고, 1988년 경남 거제도 일대에서 시추 조사도 이뤄졌다.
포럼에는 한·일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과 효과를 논의했다.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한일해저터널은 1940년대 개발 구상이 시작되고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침략 수단 내지 위험한 통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대륙횡단철도를 언급하며 “남북전쟁으로 분열됐던 미국은 동과 서를 연결하면서 평화와 통합,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한일해저터널은 이 지역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바꾸고 동아시아 지역의 초국경광역경제권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질의에서 하라다 요시아키 전 일본 환경상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에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로저스 회장에게 물었다. 로저스 회장은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고 DMZ가 열려 도쿄에서 런던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도쿄에서 런던까지 선박을 이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보다 운송시간이 적어도 2∼3주 단축될 것”이라며 “물류비용 감소는 물론이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한반도가 동북아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다 토시야수 일본 세이난학원대학 법학부 교수는 “최근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인접국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물류가 활발하지 않다면 한일해저터널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로저스 회장은 “한반도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면 45억명의 아시아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그 변화에서 가장 큰 영향 받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한일해저터널을 ‘동북아터널’이나 ‘아시아터널’로 명명하는 것에 의견을 물었고, 로저스 회장은 “한일해저터널이 개통만 된다면 유라시아대륙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동아시아터널’을 넘어 ‘유로아시아터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