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5·18 호국영령과 유족에 단 한 마디 사과라도 했으면"

5·18 민주화유공자유족회 아쉬움 밝혀
법정 떠나는 전두환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법정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광주지법을 떠나고 있다. 전씨는 이날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0.11.30 ha@yna.co.kr/2020-11-30 15:52:0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5·18 호국영령과 유족에게 단 한 마디 사과라도 했으면….”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23일 8시45분 자택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광주 5·18 단체는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도 총칼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데 대해 반성조차 하지 않은 채 발뺌만 하다 죽음을 맞이해 못내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영훈 5·18 민주화유공자유족회장은 “5·18 호국영령들에게 고해성사라도 하고 갔어야 마땅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 씨는 그 어떤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유족회장은 이어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다는데, 전 씨는 그동안 잘못을 반성하는 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그 어떤 사죄의 말조차 없이 발뺌만 하다 숨을 거뒀다”며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또 “비록 전 씨는 숨졌으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고 역사 왜곡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회는 이날 곧바로 5·18기념재단과 협의해 전 씨의 죽음에 대한 단체의 입장 등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4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고령인 데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씨는 지난해 초 국내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목격돼 나이에 비해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땐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걸음을 뗄 수 있을 정도로 거동에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전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의해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피소돼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말 국민화합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전 씨의 쿠데타에 의해 자행된 광주시민 학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또 추징금도 본인 명의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며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고,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전 씨는 또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법정에 섰고, 지난해 11월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광주=김동욱·한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