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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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떠난다”지만 김종인은 “일상으로”… 윤석열, 결단할까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 난항 거듭

끝내 선대위 합류 안하겠다는 金
“더 얘기할 필요 없다” 입장 확고
‘장제원 비서실장설’ 해결됐으나,
金은 김병준·김한길 인선 더 불만
공 넘겨받은 尹 “나한테 묻지 마”
총괄선대위장 없이 출항 고려 중
尹·金, ‘극적 타협’ 가능성도 남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른바 ‘신 3김(金)’을 중심축으로 한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이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끝내 선대위 합류에 선을 그으면서 이제 공은 윤 후보에게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가 재차 김 전 위원장 설득에 나설지, 아니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양 날개로 한 선대위를 출항시킬지 관심이 모인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로 정계를 떠나겠다는 속내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회동이나 통화 가능성에 대해선 “어제 다 얘기했다”, “더 얘기할 필요 없다”고만 답했다. 전날 김 전 위원장은 취재진의 대부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한편, 선대위 합류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살짝 고개를 젓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같은 질문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그걸 잘 음미하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대해 나한테 구차하게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윤 후보가 직접 3김 축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 구상을 밝힌 터라 선대위 합류가 기정사실화됐던 김 전 위원장이 갑작스레 싸늘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윤 후보와의 견해차가 도저히 좁혀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 주변에선 윤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상당한 격차로 앞서고 있는 점에 도취해 선대위 인선에서 중도 외연확장을 경시하고 있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이 ‘파리떼’, ‘문고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저격하기도 했던 윤 후보의 측근 인사들을 둘러싼 이견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밤 김병준 전 위원장의 상임선대위원장 인선과 김한길 전 대표의 새시대준비위원장 인선을 보류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후보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게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결정적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의견 충돌 지점 중 하나였던 3선 장제원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설은 이날 장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 한 번도 윤 후보 옆에서 자리를 탐한 적 없지만 제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제 부덕의 소치”라며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밝히면서 해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장 의원의 해당 글에 대해 “그게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새로운 (선대위) 인선안이 나오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받아줄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새로운 인선안이라는 게 있을 수가 있느냐. 이미 결정난 건데”라는 말로 자신의 결정이 장 의원뿐만 아니라 선대위 인선 전반에 걸친 불만 때문임을 시사했다.

 

경선주자들과 오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 두번째)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대선 경선 주자들과 오찬을 갖고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윤 후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박찬주 전 육군대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청시장. 서상배 선임기자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보고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양반(김 전 위원장)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일단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채우지 않고, 김병준·이준석(당대표)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여러 명 두는 체제로 선대위를 출범시키는 안을 유력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극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으나, 정치권 안팎에선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돼 당내에서 쇄신 요구가 빗발치지 않는 한 먼저 굽히고 들어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애초부터 두 사람 모두 보스 기질이 강해 잘 맞을지 의문이었다”며 “김 전 위원장이 완전히 마음을 돌린 상황에서 윤 후보가 설득한다고 설득이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다만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의 공식적인 입장은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빼고 선대위를 출범할 것 같았으면 그렇게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