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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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중립성 의심받는 공수처의 이성윤 수사팀 강제조사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4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불법출금 무마 의혹 혐의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해 강제조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검찰 내부 메신저를 확인하기 위해 수원지검과 대검정보통신과를 26일 압수수색한다며 참관을 요청했다. 지난 5월 시민단체가 이 고검장 공소장이 유출했다며 고발한 지 6개월 만이다.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시로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혐의를 찾지 못해 수사로 전환하지 못했다. 그런 사안을 공수처가 느닷없이 수사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공소장 유출 이전에 파견업무를 마치고 복귀한 검사까지 마구잡이로 대상에 넣은 건 수사권 남용이다. 정권실세를 겨냥했던 수사팀에 대한 ‘보복·표적 수사’를 통해 정권 비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건 당연하다. 현재 진행 중인 이 고검장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만하다. 고발대상이 ‘성명불상 현직검사’로 명시돼 있는데도 공수처가 곧바로 수원지검 수사팀을 특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수처의 황당한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3월 피의자 신분인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업무용 호송 차량 대신 공수처장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의전’ 논란까지 불렀다. ‘호송용 차량 뒷좌석 문이 안 열렸다’고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 대변인 등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공수처 2인자인 여 차장은 최근 야당 대선후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 의원과 접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야당 수사처’ 비아냥을 들을 만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출범 300일이 넘은 공수처는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성과는커녕 중립성과 수사역량마저 의심받는다. 이 고검장 수사팀에 대한 공수처의 강제수사는 2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수사팀의 분위기가 읽힌다. 법무부·검찰의 끊임없는 조사와 감찰권 남용도 여전하다. 서울고검은 조국수사팀의 사모펀드 편향수사 의혹에 대한 감찰 결과 고의적 수사지연이 아닌 인력부족이 원인이라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당시 수사인력 지원요청을 거절한 이가 이 고검장이다. 권력기관이 국민보다 정권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게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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