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의료체계 내에서 감당할 수준이면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그러나 일상회복 후 4주차에 들어서면서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허덕이고, 인명 피해도 커지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갈림길에 서게됐다. 이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일부 방역만 강화해 버틸 것인지,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해 더 큰 위험을 차단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상회복 후 불안한 상황이 닥친 것은 기본적으로는 방역 완화 후 모임, 여행 등 이동이 많아지면서 확진자 발생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이동량을 보면 단계적 일상회복 3주차인 15∼21일 주간 이동량은 2억4871만건으로, 직전 주보다 1.9% 증가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2019년 11월18∼24일 2억5797만건)에 근접한 수준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차 대유행이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너무 강력하게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부 예측보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전체 확진자는 10월4주에서 11월3주 3주 사이 59.3% 늘었는데, 60세 이상 확진자는 132.2%나 급증했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4.5%에서 35.7%로 상승했다. 고령층 백신 효과가 빨리 떨어지면서 중증화율이 10월 말 2%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일상회복 시행일인 지난 1일 343명에서 이날 586명으로 24일간 243명 증가했다. 지난달 1일 323명에서 24일 316명으로 감소한 것과 다른 흐름이다.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하루 3000명 신규 확진자에 2% 중증화율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하루 60명씩 중증으로 악화한다는 의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환자 수가 3000명대가 아닌 5000명대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환자 발생 예측이 엇나가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초래됐다. 정부는 지난 5일과 12일 수도권에 중환자·준중환자 병상 확보에 이어 이날 비수도권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까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이나 행정명령을 내리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병실이 준비되기까지는 최소 3∼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시작했고,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최재욱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늘어난 중환자에 비해 치료 병상, 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잘 안 된 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가 늘고 병상이 고갈되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고, 의료가 감당하지 못하면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가 준비하려고 했던 것보다 많은 병상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준중환자 병상 확보를 통해 중환자 병상 활용도를 높이고 중환자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 위주로 입원이 이뤄지도록 병상 배정과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전원을 거부하는 병원에는 보상 삭감 등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확진자 병상 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 긴급대응상황실에 군의관(20명)과 간호사(10명)를 추가 배치하고, 간호사와 행정인력도 배정 업무를 분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증·중등증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전담병원에만 공급하던 렉키로나주를 생활치료센터와 요양병원 환자에게도 확대 공급한다. 렉키로나주는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50대 환자나 기저질환자, 폐렴 소견이 있는 환자 치료에 사용한다. 손 반장은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생활치료센터나 요양병원 확진자 중에도 중증화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커져서 치료제를 투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