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생수병에 붙은 라벨을 유심히 보다가 의문이 들었다. 식품 유형에 ‘먹는샘물’이라고 기재된 대부분의 생수와 달리 일부 생수에 ‘혼합음료’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모양의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겨 겉보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정제수에 미네랄 등을 첨가한 혼합음료가 먹는샘물과 사실상 구분 없이 판매되고 있지만, 규제 요건이 훨씬 느슨한 상황이다. 정부는 ‘유사 먹는샘물’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먹는샘물 유사 제품 관리방안 및 먹는샘물 수질관리 강화방안 연구’ 용역을 지난 11일 발주했다. 환경부는 ‘정제수에 미네랄 등을 미량 첨가하는 무색, 무취, 무미의 혼합음료’를 유사 먹는샘물로 정의했다.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유사 먹는샘물 현황을 조사하고, 수질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목표 중 하나는 국내·외 유사 먹는샘물 생산 및 판매 현황 및 판매 증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먹는샘물과 유사 먹는샘물의 관리 체계를 비교하는 한편,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유사 먹는샘물이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또한 따지게 된다. 수질관리를 위한 개선 방안도 도출한다.
환경부가 뒤늦게 관리에 나서는 이유는 유사 먹는샘물 등 혼합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먹는샘물에 비해 규제 요건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먹는샘물은 지하수나 용천수 등 자연 상태의 깨끗한 원수를 첨가물 없이 용기에 담은 것이다. 반면 혼합음료는 지하수 등을 정제한 다음에 미네랄이나 칼륨, 비타민 등을 인위적으로 첨가한 물이다. 오리온이 출시한 ‘닥터유 제주용암수’나 코카콜라의 ‘휘오 제주’가 대표적인 혼합음료다. 현재 먹는샘물은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혼합음료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먹는샘물의 원수는 매주 1회 이상 6개 항목을, 6개월마다 48개 항목을 검사 받아야 한다. 생산된 제품은 매일 5개 항목, 매주 4개 항목, 매달 4개 항목, 6개월마다 52개 항목을 검사받을 정도로 규제가 까다롭다.
혼합음료의 경우 가공되기 전 지하수는 6개월마다 52개 항목을 검사받아야 하고, 가공이 끝난 상품은 2개월에 1회 이상 중금속, 미생물 등 5개 항목만 검사받으면 된다. 혼합음료의 수질 검사의 주기나 항목 등이 먹는샘물에 비해 훨씬 허술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사 먹는샘물이 혼합음료 표기 외에는 먹는샘물과 다를 바가 없어 소비자들이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먹는샘물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어느 정도 안전성이 보장돼 있는 반면 유사 먹는샘물의 경우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