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가 “남편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5·18과 관련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5·18에 대해 사과하면 발포명령 등을 시인하는 것이기에 이는 전 전 대통령의 개인적 불명예는 물론 역사 왜곡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전 비서관은 27일 오전 전 전 대통령 화장 절차가 진행 중이던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씨의 사과는) 포괄적인 (사과)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재임 중에 경찰의 고문에 의해 죽은 학생들 등도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앞서 이 씨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남편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5·18에 대한 사죄가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민 전 비서관은 “5·18에 대해 사과하면 발포명령 등을 시인하고 사죄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개인적 불명예는 물론 역사 왜곡까지 빚어질 수 있다”며 “(전씨도) 적당히 사죄하고 노후를 편히 살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씨의 사과를 두고 “마지막 순간에서도 광주 시민들, 국민들을 우롱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강진에서 농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앞뒤를 보면 사과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전두환 씨가 제일 문제 되는 부분은 재임 중의 행위보다는 재임 과정에서 벌어진 소위 쿠데타와 학살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사망하던 날 극단적 선택을 해버린 광주 시민군 이광영 씨 얘기를 여러분도 아실 것”이라며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람을 수백 명씩 학살하고 국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람은 평생 호의호식하다가 천수까지 누리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 사과하는 맘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광주 이광영 시민군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했을 것”이라며 “그 점으로 보면 역시 여전히 전두환 씨가 생전에 취했던 태도처럼 ‘내가 뭘 잘못했냐, 심지어 난 그런 일 없다, 나 아무 잘못 없다’ 이런 태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