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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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는 이주여성들… 나눔은 덤이죠” [차 한잔 나누며]

‘톡투미’ 대표 이레샤 페레라

2000년 출장서 남편 만나 韓 이민
中·比 등 이주여성들과 함께 소통
2013년 서울시 비영리단체 등록
재활용 헝겊 활용한 인형 만들어
소외층 아동·다문화 교육 등 기여
요리사업·재능 나눔 등 봉사 계속
이레샤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톡투미 사무실에서 이주여성 자립의 중요성과 톡투미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자신은 외국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이주여성들이 정말 많아요. 그분들께 혼자 생각하기보단 밖으로 나와 함께 대화하자고, 그럼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톡투미 사무실에서 만난 이레샤 페레라(46) 톡투미(Talk to Me) 대표는 인터뷰에서 ‘스스로’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이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경제활동과 자아 실현을 하는 것. 이레샤 대표가 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톡투미를 설립한 이유다. 톡투미는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다.

 

스리랑카에서 여성복 디자이너로 일하던 이레샤 대표는 2000년 한국 출장을 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결혼 이민자가 됐다. 그는 “초기에는 아무래도 외모가 다르다 보니 특이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관계 맺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단 의미에서 단체 이름을 ‘톡투미’로 정했다”고 했다. 2004년부터 이주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봉사하던 모임에서 출발한 톡투미는 2013년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까지 한 단체가 됐다.

 

이주여성들이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진 것처럼 톡투미의 사업 역시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모니카 인형 만들기는 톡투미 ‘1호 사업’이자 누구나 톡투미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머니까’(멀리서 왔다)에서 따온 이름인 모니카는 재활용 헝겊으로 만든 인형으로, 이주여성들이 키트를 제작해 톡투미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헌옷 자투리 등을 활용해 완성된 모니카 인형을 톡투미에 보내면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기부되거나 다문화 교육에 활용된다.

 

2016년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톡투미 다밥(다 같이 밥 먹자)’을 만들어 본격적인 요리 사업에 나섰다. 이주여성들의 모국 음식을 배우는 ‘국경 없는 요리 교실’, 도시락 주문제작, 케이터링 서비스, 밀키트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이레샤 대표는 “한참 푸드트럭이 인기일 때는 회원들이 매일 저녁 운전 연습을 해 직접 트럭을 운전하고 음식을 만들어 판매했다”며 “요리사업은 각자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모국 음식을 통해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의 경계도 허물고 돈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톡투미는 이주여성을 위한 사업만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주여성들의 재능을 국내외 소외계층에 함께 나눈다. 이레샤 대표는 “아이보다 어른들과 대화하는 일이 더 힘드니까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노인 봉사활동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는 이주여성의 모국에서 여행과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이모나라 나눔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이레샤 대표의 고향인 스리랑카에서는 열악한 시설의 학교들이 톡투미 덕분에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 우수 학교로 거듭났고, 후원을 받아 만든 IT센터에서는 60여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레샤 대표는 최근 ‘학교에서 롤모델에 대해 쓰라고 했는데 엄마에 관해서 썼다’는 막내딸의 말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톡투미 일을 하면서 ‘처음’인 것들이 참 많았다. 이주여성 단체를 운영하는 것도, 이주민 푸드트럭도, 서울시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협동조합을 등록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며 “다른 곳에서 온 엄마가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리드하는 모습을 좋게 본 것 같다”며 웃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사업들은 더 잘 발전시키고,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스스로 잘해 나가고 싶습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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