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이면 지난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이 시작된 지 4주를 채운다.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서며 유행 상황과 의료체계 여력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 일상회복을 바라는 여론 등이 뒷받침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 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등 방역지표가 급격히 악화하자 의료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다시 방역을 강화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28명으로 4000명을 소폭 밑돌았다. 위중증 환자는 647명, 사망자는 56명으로 모두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 여전히 고령층 돌파감염 등으로 인한 유행 확산이 심각하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은 1522명으로 38.74%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은 고령층인 셈이다. 위중증 환자의 84.54% 역시 고령층이다.
위중증 환자 수 증가로 수도권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5%를 넘어섰고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5%를 초과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5.4%로 하루 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 3개 시·도 714개 중환자 병상 중 610개가 가동 중이고 잔여병상은 서울 48개, 경기도 43개, 인천 13개만 남았다.
정부는 그간 수도권 병상은 여력이 적지만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가파르게 올랐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으로 전국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5.04%로 지난 26일 73.22%에서 1.82%포인트 증가했다. 전국에 확보돼 있는 중환자 병상 1154개 중 866개가 들어찼다. 정부가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해 비상계획 실시 여부를 논의하는 기준 중 하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를 상회하느냐다.
병상 대기 중인 환자 수 역시 치솟았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는 총 1265명이다. 전날 1167명보다 98명 늘었다. 1일 이상 대기자 649명, 2일 이상 282명, 3일 이상 204명, 4일 이상 130명이다. 이 중 70세 이상 고령층은 486명,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779명이다.
아직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는 병상 대기자가 없지만 비수도권 잔여병상 수는 가파르게 줄었다. 경북은 아예 남은 중환자 병상이 없다. 대전과 세종에 중환자 잔여병상은 하나씩 남았고 충북·충남은 각각 3개, 4개 병상이 남았다. 중증으로 악화되지는 않았거나 중증에서 호전된 환자가 치료받는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수도권은 82.7%, 전국도 71.3%로 여유롭지 않다.
정부는 29일 방역강화대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회의에서 방역수준을 강화할지 논의해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위험도를 재평가해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종합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애초에는 지난 26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의료계와 당국, 자영업자 등의 입장 차가 커 발표가 미뤄졌다.
현재 성인에만 적용하는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서·음성확인서)를 12∼18세 소아청소년까지 확대 적용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들의 접종을 더 독려하려는 취지다. 다중이용시설 중에는 노래연습장과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이 적용되고 있지만, 식당·카페를 이용할 때도 방역패스를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돌파감염 방지 등을 위해 방역패스의 유효기간은 6개월로 제한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방역패스 적용과 추가접종(부스터샷) 확대에 집중하고 기존처럼 운영시간을 단축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조치는 현재로선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상 멈춤’을 택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지금 쓸 수 있는 카드는 추가접종을 강화하고 접종 없이는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대본도 “사적모임 규모 제한과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제한 등은 공식적으로 검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