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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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거울

문숙

수족관 물고기들은 상처가 많다

가까이 있는 물고기를 벽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먹이 앞에서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운다

눈을 파먹히고 지느러미가 잘려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제 것을 고집하느라 제 몸에 끝없이 상처를 낸다

수족관 한 귀퉁이에는 텅텅 불은 먹이가 오물처럼 썩어 간다

 

한 아이가 수족관 밖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며 웃는다

누가 내 바깥에서 나를 훔쳐보고 있다

수족관 한 귀퉁이에 텅텅 불은 먹이가 쌓여있어도

 

물고기들은 먹이 앞에서 서로 물고 뜯고 싸웁니다.

 

눈을 파먹히고 지느러미가 잘려도 물고기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수족관 밖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며 웃습니다.

 

나도 아이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수족관 안에는 자기 것을 고집하느라고 자기 몸에 끝없이 상처를 내는

 

어리석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습니다.

 

순간, 나는 물고기와 다름없는 나를 봅니다.

 

식구들 누울 공간이 충분한데도 더 큰 집을 욕심내고,

 

더 높은 연봉, 더 기름진 음식, 더 높은 명예를 추구하다가

 

깨져버린 거울에 서있는 나를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