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때문에 주요국이 서둘러 국경 폐쇄에 나서면서 기지개를 켜는 듯했던 세계 여행업계가 또다시 타격을 받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등 산유국도 오미크론 변이를 핑계 삼아 증산을 미룰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항공편을 끊으며 여행업계 타격이 극심할 전망이다. CNN은 “최근 반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행산업에 또 다른 충격”이라며 “새 변이 바이러스 상황이 악화하면 일부 여행사는 결국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경 차단 조치 후 영국에서만 150만건의 휴가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각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 때의 경험을 들어 국경 폐쇄를 정당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미크론 변이는 큰 우려이며,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점 말고는 많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일단 미국에 유입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게 뻔한 만큼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다. 에릭 메이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대변인도 여행금지 및 입국규제 방침과 관련해 “입국하는 승객에 대한 검역과 접촉 추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행단체들은 국경 차단이 너무 성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각국 정부가 국경 폐쇄에 대한 ‘안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여행 제한은 코로나19 변종을 통제할 수 있는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국 여행사협회(ABTA)도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에 대해 “여행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한 후, 영국에 위험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즉시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 하락을 원치 않는 산유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펙 등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 우려를 명분으로 증산 계획을 미루려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퍼지면 경제활동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또다시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산유국 연합체 오펙+도 관련 회의를 늦추며 우선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력을 판단하겠다고 나섰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포함된 오펙+가 공동 실무회의를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장관급 모니터링 위원회도 회의날짜를 원래 이달 30일에서 다음달 2일로 미뤘다. 다만 원유생산 정책을 결정하는 오펙+ 정례회의는 예정대로 다음달 2일 열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오펙+ 대표단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19 새 변종 등장으로 유가가 1년 만에 폭락하면서, 다음 주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배럴당 85달러까지 치솟았던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경계감에 이날 71달러 선으로 폭락했다.
기쿠카와 히로유키 닛산증권리서치 총괄연구원은 CNBC 인터뷰에서 “오펙이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추측이 있어 매수세가 조정됐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제와 석유 수요, 오펙의 조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