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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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 뇌혈관장벽 열어 약물 전달률 높여 치료 효과↑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알츠하이머 치매에 뇌혈관장벽 개방술 시술”
“치매 환자에 조영제 투입…전두엽에 초음파 쏴 뇌혈관장벽 개방”
연구팀 “치매 유발 단백질 감소…치매 환자 문제 행동 개선 효과”
“뇌혈관장벽 개방술, 치매․뇌종양 등 신경계 질환 치료 도움될 듯”
뇌혈관. 게티이미지뱅크

 

신경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하거나 엉키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치매 증상인 ‘알츠하이머 치매’.

 

이와 관련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둘러싼 뇌혈관 장벽을 여는 ‘개방술’이 약물 전달률을 높여 치료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방술은 환자에 조영제를 투입한 후 전두엽에 초음파를 쏴 뇌혈관 장벽을 20㎤ 정도 광범위하게 여는 것이다. 개방술이 임상에서 쓰인 건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병원은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와 신경과 예병석 교수 연구팀은 치매 환자에 약물 치료와 뇌혈관 장벽을 여는 시술을 병행했을 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시술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불러오는 단백질을 제거하고 일시적인 환자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효과는 물론 시술의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3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하고, 아두카누맙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아두카누맙은 뇌에서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도록 개발된 약물이다.

 

지금까지 뇌혈관 장벽은 약물 치료의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뇌혈관 장벽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분자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물질을 걸러내는데, 이러한 기능이 약물의 뇌 내 전달률을 떨어뜨려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6개월간 환자에 개방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 뒤, 뇌 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법(PET) 검사를 시행해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확인했다. 치매 환자의 불안, 초조, 우울 등 문제 행동이 변화하는지도 보호자를 통해 파악했다.

 

그 결과, 뇌 내 아밀로이드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고, 보호자가 느끼는 환자의 문제 행동도 개선됐다. 또 연구 기간 참여자 모두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시술의 안전성도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제 사용에 큰 장애가 됐던 뇌혈관 장벽을 안전하게 뛰어넘을 수 있게 해 획기적인 치매 치료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뇌혈관 장벽 개방술은 그동안 불치병으로 여겨진 치매, 뇌종양 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퇴행성 신경질환 등을 다루는 신경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중개 신경퇴화’(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에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