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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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모 감형에 부모들의 거센 분노 여전…“피고의 범행 정당화인가”

재판부의 감형 이유 7가지에…“위험하고 책임 없는 판단” 등 비판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정인이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기징역으로 감형된 양모 장모씨 판결을 둘러싼 부모들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기징역으로 형량이 낮아진 이유가 알려지면서, 항소심 재판부를 향한 싸늘한 시선도 쏟아진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200시간을 선고하고, 아동 관련 기관 취업 10년 제한 명령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씨의 범행이 ‘계획적’이 아니며 ▲정인이의 병원 이송 과정에서 CPR(심폐소생술)을 한 점 ▲서울남부보호관찰소의 인성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장씨가 스트레스와 분노 등을 제대로 통제·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는 점 그리고 이러한 특성이 폭발적인 형태로 발현되면서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장씨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범행 증거 은폐 시도를 하지 않은 점 ▲과거 1회의 100만원 미만 벌금형 외에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현재 35세인 장씨가 장기간 수형생활에서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사건을 보는 사회적 공분은 범행 자체의 잔혹함뿐만 아니라 사회의 아동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점도 근거로 댔다.

 

장씨는 지난 5월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 양부모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부모들 사이에서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동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범행이 ‘계획적’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시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아동은 성인의 실수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면서 “살해 계획이란 자신과 대등 또는 그 이상이거나, 대항력이 있는 대상을 상대로 할 때만 필요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정인이가 장씨와 대등한 관계의 대항력을 갖추는 존재로 재판부가 인식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재판부가 장씨의 스트레스 등이 발현된 점을 논한 데는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피해자의 사정을 진정 모르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성인에게 무력한 존재인 피해자의 특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학대인지 감수성 등이 결여된 판단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장기간 수형생활에서 장씨에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던 판시에는 “매우 위험하고 책임 없는 판단”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어린 자녀를 뒀다고 밝힌 한 부모는 “사회적 보호체계라는 것은 법을 토대로 움직인다”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회적 보호체계를 향한 사법부의 지적 대상에는 결국 재판부도 포함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