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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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대표는 대선 후보 부하 아냐”… 잠행 후 첫 인터뷰

페북 올린 ‘^_^p’는 “백기 든 모습” 설명하기도
사흘째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잠행’ 사흘째인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대통령(선거)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이나 일정과 관련한 자신의 ‘패싱’ 논란 등을 놓고 윤석열 후보 측과 갈등을 빚다 지난달 30일 돌연 휴대전화를 끄고 잡혀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잠적했다.

 

이날 제주를 찾은 이 대표는 화상으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로) 돌아오긴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제 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맡은 일을 말끔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는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앵커가 언제쯤 상경할지 묻자 이 대표는 “날짜를 특정해서 (언제) 서울 일정을 재개한다고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상경 조건에 대해 그는 “서울에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갈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원톱’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그렇게 하라고 했고, 지금 지방에서 업무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인 ‘윤핵관’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제주 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핵관 발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윤 후보를 향해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인사가 누군지 후보도 알 것”이라며 인사조처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저는 제 선의로 당대표가 직접 본부장을 맡아가면서까지 이번 선거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홍보비 해먹으려고 한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후보 주변에 있다는 건 선거 필패를 의미한다”며 “저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핵관이 누구냔 질문에 “(윤) 후보께서 잘 아실 것이다. 제가 언론에 부연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있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윤핵관은 여러 명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저는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를 치를 때도 후원금 받은 것을 다 쓰지 않고, 문자도 안 보내고 아껴서 당에 후원금으로 냈다”며 “선거에서 홍보비를 쓴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환급을 해주는데 어떻게 저희 돈이냐. 저는 기존(방식)보다 아껴서 쓰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복귀할 명분’에 대해선 “저는 (윤 후보 측에) 요구한 게 없기 때문에 명분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잠행과 관련해 ‘리프레시’(기분전환) 등의 표현과 함께 “복귀를 압박할 생각이 없다”고 한 것을 두고는 “그런 발언 자체가 정치 신인으로서의 이미지에 흠이 가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선 후보와 당대표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대표는 “제가 밝힌 것처럼 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 들은 내용은 딱 한 가지, 부총장 둘을 해임하고 싶다는 얘기 말고는 연락이 없었다”며 “여러 결정 사항이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있었겠지만 나중에 결정된 내용을 갖고 저를 설득하려고만 했다”고 역설했다. 한 근거로 자신의 반대에도 이수정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일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잠행이 ‘태업’이란 지적에 대해선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제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잠적하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_^p’란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은 로마 시대 때 살리고 죽이고(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걸 썼다고 하는데, p는 ‘백기’의 의미”라며 “제가 그 안에서 더 이상 익명의 윤핵관들과 다투면서까지 제 의견을 개진할 의사가 없다는 걸 백기로 표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윤핵관들을 향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쓴 ‘파리떼’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향한 이 대표는 이틀간 부산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고 장제원 의원의 사상구 지역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이튿날 여수로 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뒤 순천으로 이동해 지역구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엔 여수에서 배편으로 제주로 향했다. 그는 제주에서 4·3유족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의 지방 순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