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선대위 구성 및 운영 등을 놓고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등을 겪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공개 저격한 가운데,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러 제주로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잠행에 돌입한 지 사흘 만인 2일 오후 제주에서 가진 JTBC ‘뉴스룸’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했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윤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말씀드린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이 당을 수직적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부터가 신선함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한 자신을 비판해온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는 “다 아시겠지만 여러 명”이라며 “제 ‘선의’로 당 대표가 직접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아가면서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저 보고) 홍보비 해먹으려고 한다’고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후보 주변에 있다는 건 선거 필패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숨어서 장난치고 호가호위하는 건데 저는 그런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윤 후보 측 관계자가 방송에서 ‘모든 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이제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니 태업이라고 해 황당하다”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캠프 인사나 일정 등에서 배제됐다는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 관련해서는 “(윤 후보가) 상의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물어본 바 없고, 결정 사항을 갖고 설득하려는 시도만 있었던 것 같다”며 “이수정 교수 영입이라든가 ‘결론을 정한 상황에서 통보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 소속 의원들과 서울 마포구에서 술자리를 갖던 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과 함께 ‘^_^p’를 남겼고, 다음날부터 당무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백기를 든 것”이라며 “‘윤핵관’, ‘파리떼’, 당신들이 이겼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향후 일정을 전부 취소 또는 보류해놓은 상황”이라며 “서울에서 집무할 일정을 날짜로 특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선대위 직책이나 당대표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대표직이나 홍보본부장직 등 맡은 일은 말끔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전날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이 대표를 만나러 제주로 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이날 만찬 후 페이스북에 “윤 후보께서 검사 출신 선배와 식사하는 자리에 와서 세 시간 정도 듣기만 했다”며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내일(3일) 제주를 간다고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3일 오전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 편으로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윤 후보는 전날 법조계 인사를 포함해 셋이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을 겪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했고, 홍 의원으로부터 “우선 이 대표가 있는 제주로 가서 갈등부터 해결하라”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할 일은 이 대표를 만나러 제주도에 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될 때까지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윤 후보에게 선대위 구성을 이재명식으로 다시 하라, 지금 선대위는 자리다툼으로 가고 있어 너무 구태의연하니 다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후보는 회동에서 홍 의원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홍 의원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대위 합류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