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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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못 들고 살 것”… 오미크론 확진 목사 부부 향한 도 넘은 신상털기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가 일고 있는 인천 모 교회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자로 기록된 인천 거주 40대 목사 A씨 부부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첫 오미크론 확진자 A씨 부부는 물론이고 이들의 10대 아들 B군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등 그야말로 ‘죄인 가족’으로 취급된다.

 

6일 인천지역 한 맘카페에 따르면 지난 4일 게시판에 ‘목사 부부 결국 신상 다 털렸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불법이기에 저는 (관련 내용을) 올리지 않는다”면서도 “신상까지 털린 마당에 인천에서 얼굴 못 들고 살겠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같은 동네라 불안하다”며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A씨 부부가 초기 역학조사 때 실제와 달리 지인의 차량이 아닌 방역택시를 이용해 거주지로 이동했다는 거짓 진술 때문에 지역에 오미크론 ‘n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에 대해 “신상이 털려도 할 말 없다”, “자업자득”이라며 신상 공개를 옹호하는 반응도 잇따랐다. 심지어 A씨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기 전 학술행사 참석 일정으로 방문했던 나라를 직접 언급하며 “가족 모두를 나이지리아로 추방해 버리면 좋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 부부의 사진, 실명 등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A씨 부부가 소속된 교회와 담임목사 등의 정보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B군이 속한 학교로 추정되는 초등학교의 이름·위치까지 공개됐다. B군은 지난달 해외에서 귀국한 부모로부터 감염된 피해자인데, 인터넷상에서는 ‘연좌제’로 묶여 추가 고통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신상 털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방금 오미크론 확진자 부부 자녀의 신상이 공개된 글을 봤다”면서 “부모의 무지가 아이에게 낙인찍히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주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어 ‘아이는 죄가 없다’, ‘신상을 털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방역수칙 위반자에 대한 단순 비판이 아닌 사이버 폭력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직접적 당사자인 목사 부부의 윤리관이나 도덕적 가치를 지적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본인의 동의 하에 제공되는 게 원칙인 민감 정보를 노출시키는 것은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역시 “국내 오미크론 첫 확진자로 방역조치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면서도 “개인·가족의 신상 공개는 사인에 대한 도를 넘는 행위로, 법적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인 처벌을 불러올 수 있는 인권침해적 요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