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터 폐기물까지 제도변화 속도
정부·공공기관은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생활 속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경남 합천댐에 수상태양광을 설치해 친환경 발전을 시작했다.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우리나라 수상태양광 발전 중 최대 규모로 발전량이 5만6388㎿h에 이른다. 합천군민 4만3000명을 포함, 연간 6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유기성 폐자원이란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의 폐기물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말한다. 폐자원 증가와 함께 여기서 배출되는 바이오가스도 증가하지만 대부분(77%)은 퇴·액비화되며 4%만 에너지로 쓰인다. 바이오가스에는 메탄 등 온실가스도 포함돼 에너지화를 추진하면 에너지원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이란 두 가지 효과를 같이 누릴 수 있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8월부터 충남 서산시에서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사업을 가동 중이다. 가축분뇨부터 음식물, 일반 분뇨, 하수농축슬러지 등 폐기물을 산소가 불필요한 혐기발효를 거치면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진다. 환경공단은 하루 320㎥의 바이오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생산량을 연간 6억t(2018년 3억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에서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며 에너지 자립율은 600% 증가했고, 발전소 발전수익은 연 5800만원에 달했다. 바이오가스화시설 운영으로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4509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서울 강북구는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구축에 나섰다. 담배꽁초 필터에 사용되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는 생분해에 10∼12년이 소요되는, 미세플라스틱과 유해성 화학물질 오염을 초래하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담배꽁초 회수와 재활용 체계 구축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대두됐다. 강북구는 환경부 등과 지난 9월24일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5월을 목표로 회수 체계를 마련 중이다. 구 내에 설치된 20여개 수거함에 담배꽁초를 모아 재활용 공정을 연구하는 기관 등에 제공한다. 현재 환경부와 용역 연구기관은 수거된 담배꽁초의 필터와 종이를 분리해 퇴비화 및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강북구 등은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경우 전국적인 회수·재활용 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추구하는 ‘저탄소마을’
민간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1034세대, 3100여명이 사는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푸르지오아파트 주민들이 대표적이다. 이곳 주민들의 물절약은 물 사용을 아끼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지하층에 영구적으로 버려지는 물인 영구배수에 저수·펌프시설 등을 설치해 수돗물 사용을 절약한다. 버려지던 물을 단지 내 조경 관수에 쓰고 주변 연못의 담수로도 사용하고 있다. 영구배수 활용 이후 추산되는 연간 절수량은 약 5000t, 금액으로는 810만원에 이른다.
주민들이 스스로 에너지절약 캠페인도 펼친다. 이 아파트 내 설립된 초록마을사업추진위원회는 각자 집에서 실천 중인 에너지 절약사례를 공유하고 가정이나 상가에서 전기·수도·가스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탄소포인트를 제공하는 ‘탄소포인트제’에 참여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에너지 사용량을 가장 줄인 세대에 종량제봉투 등 각종 상품을 증정하는 시상식도 열자 주민 수십명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각종 공유문화 확산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활동을 벌이며 마을 내 공구도서관을 운영하고 단지 근처 하천인 무심천에서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모여 이 아파트는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주관 저탄소생활 경연대회 우수사례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기업의 생존전략이 된 탄소중립 노력
SK렌터카는 2030년까지 기업 보유차량 100% 무공해차 전환을 목표로 올해 보유한 내연기관차 3만7331대 중 4194대를 무공해차로 바꿨다. 차량 전환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조치로, SK렌터카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렌터카에서 발생하는 연간 55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차량 전환뿐 아니라 무공해차 충전상품 개발, 친환경차 구입 투자자금 확대, 온실가스 감축 데이터 검증 등 기후위기 대응에 다양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자원순환체계 개선을 위한 폐기물 재활용에도 기업의 관심이 커졌다. 블랙야크는 ‘버리면 폐기물, 분리하면 자원’이라는 생각 아래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집중했다. 특히 패션산업은 원료 생산과정에서부터 원유와 LNG 같은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분야다. 올해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농업, 건설업, 화학공업에 버금가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꼽혔다.
이에 블랙야크는 의류의 원자재가 되는 폴리에스터와 투명 페트병이 원료가 같다는 점을 활용해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약 2480만개의 페트병을 새로운 패션상품으로 탄생시켰다. 블랙야크는 이번 탄소중립 주간을 통해 재활용 제품 시장 활성화 및 인식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동아리 체험교육 통해… 아이들 개인 컵 쓰고 분리배출 잘 지켜”
경남 합천가야초 별솔 환경동아리에서는 국내 어느 학교보다 살아있는 환경교육이 열린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세대의 관심을 촉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5학년, 올해 6학년이 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기도 한 이종명 선생님은 별솔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학급동아리로 시작한 별솔동아리원들은 합천댐 수상태양광 시설로 견학을 가고 친환경 농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했다. 교실에서는 자동차 폐가죽이나 폐현수막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만들기를 하고 올해는 일본 초등학교 학생들과 육상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한 교류활동도 가졌다.
“‘지속가능발전목표’라는 교육목표 아래 고민했다”는 이 선생님은 “이런 교육을 고민하다보니 지금부터 환경과 생태교육에 관심을 키워주고자 동아리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활동이 체험 중심이라 학생들이 재밌어하지만 특히 일본 학교와 교류할 당시 아이들이 직접 생태문제에 의견을 표현하고 생태계 조사 후 보고서까지 쓰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환경교육이 어린 시기 ‘재밌는’ 교육으로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 환경교육의 이론과 체험을 적절히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이 선생님은 “친환경 농업 체험 당시에는 유기농 농업으로 어떻게 탄소가 포집될 수 있는지, 땅이 튼튼해지면 토양 내 산소량이 어떻게 증가하고 대기 중 탄소배출은 상쇄되는지 기후위기와 연결하려 노력했다”며 “항상 활동 전에, 활동 중간에도 수시로 실제 체험과 연결해주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대 조사에 따르면 별솔동아리 아이들은 지난해 4월 3.6점이던 정서발달 점수와 3.3점이던 행동발달 점수가 지난 10월 각각 4.1점, 4점으로 성장했다. 이 선생님은 “이제 우리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분리배출을 잘 지키고 개인컵을 쓴다”며 “성인이 돼서도 이런 태도가 기본이 되고 환경·생태계가 우리의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