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최대 징역 22년6개월로 강화했다. 생후 16개월인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는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데 대한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엄벌과 함께 관련 캠페인 등 국민계도를 함께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13차 회의를 열고 아동학대치사 범죄에 대해 기본 양형 범위의 상한선을 4~8년으로 올리고, 죄질이 나쁠 경우 적용되는 가중 영역을 7~15년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의 현행 양형 기준은 기본 4~7년(감경 2년6개월~5년, 가중 6~10년)이다. 이번 양형기준 상향으로 특별 가중 인자가 특별 감경 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쁜 경우 징역 22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상한을 조정했다.
양형위는 신설된 아동학대 살해범죄의 권고양형 역시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했다. 아동학대 살해는 보복살인이나 금전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비난 동기 살인’보다 불법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 눈에 띈다. 양형위는 또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후 무리하게 합의를 시도하다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 항목을 형량 가중인자로 추가했다.
아동학대 범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1만1715건에서 지난해 3만905건을 기록하는 등 5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만 43명에 이른다. 이 중 정인이처럼 24개월 미만 아동 27명이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아동학대 범죄가 적발된 뒤 다시 아동을 학대하는 재학대 건수도 2015년 1240건에 비해 지난해 3671건으로 세 배나 늘었다.
국민적인 공분을 살 만한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6월 대전에선 20대 남성이 20개월 된 동거녀의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새벽 술에 취한 채 1시간 이상 수십 차례 때리고 밟는 등 무차별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지난달 서울에서도 30대 여성이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아동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직장 파열로 추정됐다.
형량 상향은 범죄 예방에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가중영역 상한의 경우 종전보다 크게 올렸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아동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부회장인 이명숙 변호사는 “일선 재판부에서도 강화된 양형 기준에 따라 아동학대를 엄벌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며 “아동학대 관련 캠페인을 보다 활발히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