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강화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부활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45일 만에 급브레이크를 밟게 됐다. 정부는 “유턴이나 후퇴가 아닌 속도 조절”이라고 강조했지만 자영업자들은 “결국 다시 자영업자를 희생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 달 반 만에 다시 고강도 거리두기… 정부 “유턴 아닌 잠시 멈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국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접종완료자 4인으로 제한하고 각종 시설의 영업시간을 전국적으로 9∼10시로 제한하는 내용의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혼자 이용하거나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조정안은 오는 18일 0시부터 특별방역기간 종료일인 다음 달 2일까지 16일간 적용된다. 이전까지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은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이었다.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사라졌던 영업시간 제한은 불과 한 달 반 만에 되살아났다.
김 총리는 “지금의 잠시멈춤은 일상회복의 길에서 ‘유턴’이나 ‘후퇴’가 아니라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속도 조절’”이라며 “멈춤의 시간 동안 정부는 의료대응역량을 탄탄하게 보강하겠다. 국민께서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화답해달라”고 했다.
◆자영업자들 “연말 예약 줄 취소… 죽으란 소리 같아”
이 같은 거리두기 조정안이 발표되자 자영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송년 모임이 많은 시기 정부가 제한 기준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잡혔던 예약도 모두 취소되게 생겼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코스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테이블 당 매출 단가가 제일 높게 나오는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 2부제로 예약을 모두 받아놨는데 큰일”이라며 “코스요리라 식사에 1시간 반씩은 걸리는데 2부 타임 예약은 모두 강제로 취소해야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저녁영업 위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의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한 자영업자는 “9시 제한이면 7시쯤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한다. 제발 영업시간 제한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연말특수고 뭐고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술집 운영하는 사람이 무슨 죄인인가”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자영업자도 “밤에 식당에서 먹으면 코로나 걸리고 낮에 먹으면 안 걸리나. 점심시간엔 식당마다 사람이 꽉 차있는데 저녁 장사 위주인 사람들은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이후 직원을 새로 뽑았던 자영업자들은 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말 대목에 대비해 이미 직원도 추가로 뽑아놨는데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걱정이 이어졌다. 한 자영업자는 “지난달에는 위드 코로나로 모임들이 늘어나며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 와중에 겨우 사람을 구해 이제 막 교육해놨는데, 이들을 다시 내 손으로 내보내게 생겼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더는 못 참겠다” 22일 시위 동참 뜻 줄이어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오후 3시 자영업자 총궐기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비대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위드코로나로 일부 업종의 영업 제한을 해제해 확진자가 증가한 것처럼 또다시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 게 아니냐”며 “대유행 원인을 오롯이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동에 우리가 언제까지 침묵하길 바라느냐”라며 시위에 나서는 이유를 밝혔다.
이날 조정안 발표 후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는 “더는 못 참겠다”며 “원래 참여하지 않으려 했는데 시위에 동참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정부의 손실보상안 방안을 기다려본 후 시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들도 나왔다. 이번 조정안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방안에 대해 김 총리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입게 되는 직접피해에 대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 패스 확대 등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좀 더 두텁게 지원해 드리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