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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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없다”는 평가원… 대학가선 “합격자 변동”

수능 출제오류 논란 지속

생과Ⅱ 20번 모두 정답 처리 따라
1등급 수험생 309명서 269명으로
대학, 2개 버전 합격자 명단 작성
교육계 관계자 “수십명 뒤바뀌어”
컨트롤타워 부재 탓 발생 지적도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오류로 확정되기까지 교육당국은 수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문제 출제, 채점 등을 총괄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논란이 사태로 번지는 와중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반복하는 등 정부 안에 컨트롤타워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16일 교육계에서는 법원의 ‘정답 취소’ 판결 이후에도 출제오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원 정답 처리로 인해 문제를 맞힌 학생들의 경우 피해가 명확한 만큼 이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풀어낸 수험생들이 적지 않아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모두 정답 처리되면서 표준점수 만점은 기존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하락했고,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66점으로 1점 올랐다. 이 결과 1등급 수험생이 309명에서 269명으로 40명 줄었다.

평가원은 현실에서 벗어난 해명을 내놨다. 김동영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전형이 진행된 이후라면 정답을 맞힌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존재하겠지만, 아직은 성적이 통보되기 전”이라며 “최종적으로 정답을 맞힌 학생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처리되기 때문에 피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반응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두 가지 버전의 합격자 명단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각 대학 입학관리본부는 그에 따른 피해자를 알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대에서 30여명, 연세대는 20여명의 합격자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두 버전의 합격자를 준비했고 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해당 논란에 뒷짐을 지고 있고, 출제오류에 대한 책임은 모두 평가원이 뒤집어쓴 형국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평가원 인사 3명, 외부전문가 28명으로 구성된 이의심사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이 결과를 발표한 이후부터 교육부와 논의했고 교육부에서도 의견을 냈지만, 그 이상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촬영한 광주광역시 한 학생의 생명과학 점수가 나오지 않은 성적표. 연합뉴스

교육부는 평가원이 국무조정실 산하기 때문에 지휘·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능의 출제와 채점을 평가원에 위탁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제공하는 만큼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도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청와대에 있던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자리는 문재인정부 들어 폐지됐고, 그러다 보니 당국 사이의 소통이 부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