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생명체로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 원생동물을 포함한다. 미생물은 식품을 발효시켜 음식을 풍부하게 하고, 다양한 산업공정의 촉매제로 활용된다. 백신으로 개발돼 인류의 병과 싸우기도 하며 최근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열쇠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전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미생물연구동에선 연구원들이 각자 미생물 연구에 몰두 중이었다.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계면활성제 개발 연구실이 특히 분주했다. 농과원은 최근 대사공학기술을 이용해 안전한 생물계면활성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균주를 개발하고 기능을 개량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방·세탁세제에 쓰이는 계면활성제를 농과원이 개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남정 농업미생물과장은 “생물계면활성제는 세제의 주요 성분일 뿐 아니라 토양의 중금속을 제거하거나 작물의 생육을 증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며 “모든 미생물은 토양, 자연에서 유래한다. 세상에 농업과 관련되지 않은 미생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이유로 국내 최대 미생물 저장소인 농업미생물은행(KACC)도 농과원이 운영하고 있다. KACC는 현재까지 농업 및 식품 관련 세균, 사상균, 효모, 버섯 등 총 2만5000여점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 그중 연간 3000점 이상이 국내 대학, 민간연구소 등에 분양돼 연구에 활용된다.
◆환경을 지키는 미생물
미생물 연구는 농업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생물을 활용해 토양을 오염시키거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건강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생물계면활성제의 경우 세계시장 규모가 2019년 15억달러에서 2026년 2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농과원 미생물대사공학연구실은 국내 야생화 및 과일에서 분리한 효모자원 동정 및 신종을 선발해 생물계면활성물질을 분비하는 효모 균주를 연구 중이다.
농과원은 “생물계면활성제 개발을 통해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화학계면활성물질이 사용되는 농약, 병방제 제제, 화장품, 의약품, 식품 등을 대체해 친환경 무독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미생물도 있다.
농과원 미생물기능발굴연구실이 선발한 ‘KJ40’ 균주는 고추와 단호박의 건조 스트레스를 줄여 수확량을 기존대비 약 14%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물기능유전체연구실은 친환경 방제수단이 없는 오이 갈색무늬병을 억제하는 방제균을 선발했다. 총 4종의 방제균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유전체를 가진 미생물을 찾았다.
이미 방제 미생물 분야에서는 다수의 특허가 출원됐다. 오이 탄저병 억제 및 토마토 세균성시들음병 억제에 탁월한 미생물 소재와 뿌리혹선충의 알부화율을 45%로 낮추고 난낭 형성을 억제하는 미생물 소재가 대표적이다. 간척지 농작물의 염해피해를 줄이는 염해 내성 유도 미생물의 경우 제품으로 개발돼 대만에 수출되고 있다.
미생물은 민원이 많은 축산악취도 해결한다. 가축의 먹이에 미생물생균제를 첨가해 분뇨 내 암모니아를 줄이거나 미생물복합제를 축사에 살포해 직접 냄새물질을 줄이는 방식이다.
일부 농작물 방제 및 악취저감 미생물은 시중에 제품으로 출시돼 농업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농과원 관계자는 “미생물제가 화학제보다 효과가 월등히 좋은 수준은 아니며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해 미생물 기능의 효과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체육도 생산… “미생물은 미래산업의 키”
미생물은 기능성 화장품, 식품 및 의약품 등의 개발 소재로서도 가치가 높다. 미생물 활용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외국에서는 미생물을 활용한 대체육 개발도 활발하다. 핀란드의 솔라푸즈사는 수소산화세균을 이용해 순도 80%의 단백질 솔레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까지 연간 80t의 솔레인을 생산해 핀란드 단백질 소비의 4%를 대체할 계획이다.
영국 몬드니신사가 개발한 퀀은 식용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이다. 이미 유럽, 미국 등 14개국에 판매돼 대체육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3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과원도 미생물을 활용한 대체육 생산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 청국장 유래 균주 2종을 선발했으며 배양 가능성과 조단백질 영양성분 함량 등을 연구 중이다.
정부는 바이오과학(BT),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융합한 그린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혁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는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을 지난해 수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중 농축산용 미생물산업 발전을 위한 세부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김 과장은 “미생물 자원은 부가가치가 높으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우주시대를 열 수 있는 열쇠”라면서 “미생물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미생물 발굴과 기존 미생물 분석 및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제 ‘폐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찾으러 매주 전국 쓰레기장 뒤지고 다닙니다”
“쓰레기 매립지에 가보셨습니까? 우리 연구원들은 매주 전국의 매립지를 한 군데씩 찾아다니며 쓰레기더미 안을 헤집고 다닌답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기 위해서죠.”
지난 10일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만난 김정준(사진) 국립농업과학원 환경개선미생물연구단장은 연구원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생물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환경개선미생물연구단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선정한 벤처형조직 중 하나다.
연구단의 과제는 잔류농약 분해 미생물 연구와 폐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연구 두 가지다.
잔류농약 연구의 경우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다. DDT 등 분해가 어려운 농약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다.
그중 두 가지는 특허출원됐고, 하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살충제 파동을 일으켰던 DDT는 40여년 전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여전히 이따금 검출될 정도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또 지금도 간혹 유사 성분이 섞인 농약이 수입되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은 토양 환경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잔류농약 분해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 농사에서 사용한 농약 성분이 토양에서 분해돼야만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수확한 작물에서 허용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돼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플라스틱은 ‘가장 완벽한 물질’로 일컬어지는 만큼 어떤 물리적, 화학적 자극을 가해도 잘게 쪼개지거나 형태가 바뀔 뿐 물성이 달라지는 ‘분해’는 어렵다. 김 단장에 따르면 유럽 등 몇몇 연구팀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화학적 결합이 풀린 진짜 ‘분해’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뭐든 잘 먹어치우는 ‘미생물’에 전 세계 연구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지만 쉽지 않다. 미생물은 플라스틱에 잘 붙지 않는 탓이다. 미생물은 산소가 있는 친수성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은 산소를 머금지 않는다. 김 단장은 “플라스틱에 붙는 미생물이 있다면 일단 ‘희망 있는 균주’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전국 쓰레기 매립지에서 플라스틱 표면을 살피고 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의 궁극적 목표는 미생물을 활용한 ‘생분해’이지만 쉽지 않은 만큼 다른 방식도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연구단은 플라스틱 분해 촉진을 위한 화학적 전처리 등 다양한 방식을 연구 중이며, 이를 위해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을 잡았다.
김 단장은 “농사 후 땅에 남은 폐플라스틱이 미생물 처리를 통해 분해된 뒤 그대로 거름이 된다면 농민들이 수고를 덜 수 있고 토양 환경도 선순환될 것”이라며 “과정은 고되지만 그런 미생물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연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