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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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시오∼ 유통업계 ‘팝업스토어’ 열풍 [S 스토리]

정식매장 부담 덜고 MZ세대·잠재 고객 눈길·발길 사로잡다

제한된 기간 한시적 영업 임시매장
온라인 브랜드 고객접점 위해 확대
대면체험 갈구 소비자 찾아와 줄서

코오롱 ‘럭키마르쉐’ 정식매장 오픈
신세계 ‘텐먼스’ 팝업 매장 6번 운영
하이트진로 ‘두껍상회’ 전국 순회도

‘눈물의 땡처리’ 영업과는 구분 필요
해외서도 전통적 매장보다도 인기
中 향후 5년간 年성장률 21% 추정
신세계푸드의 팝업스토어 ‘신세계분식’. 신세계푸드 제공

‘찰칵, 찰칵, 찰칵….’

지난 3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신세계분식’ 팝업(임시)스토어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방문해 저마다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카메라 셔터를 울리고 있었다. 신세계푸드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핫도그, 통닭, 떡볶이 등의 올반 가정간편식 메뉴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신세계분식은 추억의 옛 오락을 하며 TV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LG전자의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로 연결됐다. 오락실과 분식집을 연결하는 작은 마당은 캠핑장처럼 꾸며 20대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이 공간은 19일까지 운영된 뒤 문을 닫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판매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곳은 당장 음식을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공간 체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 백소용 기자

오프라인 유통의 진화일까, 일시적 유행일까. 금세 생겼다가 사라지는 ‘한정판 매장’인 팝업스토어가 유통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다. 정식 매장을 마련하는 부담을 덜면서, 주력 소비 세대로 떠오른 MZ세대의 취향을 파악하고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잇는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는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일반 매장과 달리 특정 목표를 위해 제한된 기간 동안 영업하는 임시매장을 뜻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팝업스토어의 전성기를 열어줬다. 이 시기 온라인상에서 급성장한 브랜드가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정식 매장 대신 팝업스토어 형태로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며 대면 체험을 갈구하던 소비자들도 팝업스토어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의 유니섹스 영 캐주얼 브랜드 ‘럭키마르쉐’는 지난해 8월 온라인에서 출발해 5차례의 팝업스토어를 거쳐 최근 정식 매장까지 열었다. 지난 7월 클래식 게임 테트리스와 협업해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의 경우 오락실을 콘셉트로 한 체험공간으로 구성해 추억의 캡슐 뽑기가 오픈 첫 주 절반 이상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는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입어보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문의가 잇따르자 지난해 10월 신세계 강남점 팝업 매장을 시작으로 6번의 팝업 매장을 진행하며 신상품을 소개했다.

오비맥주의 ‘프리츠 아르투아’ 팝업 레스토랑. 오비맥주 제공

최근에는 식음료 업계에서도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폼프리츠 등 벨기에 대표 음식과 스텔라 아르투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팝업 레스토랑 ‘프리츠 아르투아’를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용산구 한남동에 열었다. 개장 한 달 만에 매일 평균 300명 이상씩 방문하자 애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연장된 지난 5일까지 운영됐다.

신세계푸드는 신세계분식 팝업스토어에 앞서 지난달 서울 종로구에서 한복 브랜드 단하와 협업한 ‘단하 티룸’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카스텔라를 전통방식으로 재현한 가수저라 출시를 기념해 옛 정취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곳이다. 하루 4번에 걸쳐 체험행사를 진행했는데 모든 예약이 2분 만에 완료됐다.

하이트진로의 두껍상회는 지난해 8월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뒤 반응이 좋아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인천, 강릉, 대전, 창원을 거쳐 다시 최근 서울 강남에 다시 문을 열었다. 술이 아닌, 진로를 상징하는 두꺼비 캐릭터로 만든 각종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곳이다.

하이트진로의 ‘두껍상회’ 광주점. 하이트진로 제공

◆소비자 체험 통해 브랜드 저변 확대

팝업스토어는 정식 매장을 내는 위험을 덜고 유연하게 실험을 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브랜드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인 것이다.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고 판매 전략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체험과 제품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즐길 수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이 추구하는 판매는 부차적인 목표다. 월세 여러 달치를 한꺼번에 미리 내는 이른바 ‘깔세’로 계약해 ‘눈물의 땡처분’류의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매장과 구분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유연한 오프라인 매장 모델인 팝업스토어가 전통적인 매장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베타(B8ta)는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첨단 전자기기 등을 전시하는 매장을 일정 기간 임대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는 다른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신제품을 먼저 만날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 B8ta는 매장에 있는 특수카메라로 고객 성별과 머무는 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 소비자의 취향도 분석한다.

 

중국에서도 팝업스토어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로케이션플랫폼, 뎬성구펀, 36커연구원, 저장대학이 공동 발간한 ‘중국 팝업스토어 백서’는 중국 팝업스토어 거래 규모가 2016년 1832억위안(약 35조원)에서 올해 3992억위안(약 74조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21.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통 유통업계도 팝업스토어에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 쇼핑몰 등에 팝업스토어를 위한 공간을 늘리고 눈길을 끌 만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MZ세대에 인기 있는 브랜드의 경우 먼저 입점 제안을 해도 모셔오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팝업스토어 등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온라인 시대에도 상호 대면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 카페 ‘힙’해… 오프라인은 즐거움의 장소”

 

“요 근래 서울의 카페는 단연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커피 마시는 것보다 쉬러, 놀러 가거든요. 오프라인 매장은 기능이 아닌 즐거움의 장소로 바뀌고 있습니다.”

 

최원석(사진)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사무실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끌고 있는 최근 소비행태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는 2017년부터 성수동 등에서 팝업스토어 플랫폼 프로젝트렌트를 6곳 운영하고 있다. 10평 이하의 작은 공간에서 주로 신생 브랜드의 이야기를 발굴하거나 자체 기획한 전시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통일 이후 북한에 생길 수 있는 슈퍼마켓을 주제로 한 ‘평양슈퍼마케트’, 국가무형문화재인 무속인과 협업해 선보인 신개념 점집 ‘성수당’ 등의 실험적인 팝업스토어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방문자가 증가하는 기록도 세웠다. 자체 집계 결과 성수동에 있는 2호점의 경우 2019년 하루 평균 유동인구 1567명에서 2020년 하루 평균 2620명으로 증가했다.

서울 성수동 프로젝트렌트의 ‘멜릭서’ 팝업스토어. 프로젝트렌트 제공

최 대표는 “결국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사람이 온다”며 ”예전에는 충분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라도 알릴 수가 없었는데 이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어디에서도 좋은 정보가 퍼지는 데 일주일이 안 걸린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LG전자에서 디자인 개발을 거쳐 현대카드사에서 브랜드 관련 디자인·기획업무를 맡다가 2014년 필라멘트앤코를 설립했다. 프로젝트렌트 사업은 임대료가 비싸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 힘든 괜찮은 신규 브랜드를 입지가 좋지만 잠시 비어 있는 상가를 활용해 소개한다는 구상으로 시작됐다.

 

그는 “모든 브랜드가 다 온라인으로 갔지만 오프라인 접점은 결국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항상 소유할 필요는 없고 모든 매장은 소위 ‘오픈빨’이란 게 있어서 3개월 지나면 매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를 플랫폼 서비스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향후 프로젝트렌트의 온라인 영역을 강화해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팝업스토어와 동시에 온라인 마케팅도 할 수 있는 옴니채널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며 ”검증된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검증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브랜드들을 다양하게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