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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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측 “‘설강화’ 민주화 운동과 간첩 연계? 이는 또 다른 가해”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역사 왜곡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박종철 열차 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고(故) 박종철 열사는 지난 1987년 1월14일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받다가 사망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종철 열사를 이같이 고문하고 사망케 한 뒤 경찰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공식 발표를 했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사건 후 34년이 지난 올해 JTBC에서는 ‘설강화’가 선을 선보였다. 지난 18일 첫 방송을 한 ‘설강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당시 고문이 자행된 안기부의 만행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 

 

방송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박종철 열사 측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20일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이하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한 언론에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방송사가 민주화운동을 향한 국가 폭력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놀랍다”고 밝혔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당시 시대 상황을 로맨스로 치장하고, 간첩 주인공과 안기부 추격 장면에 ‘솔아 솔아 푸른솔아’가 깔리고...역사의 기억이 있는데 그것 자체가 왜곡이고 가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과 고문은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공포와 굴욕감을 낳는다. 그 상흔은 회복될 수 없다. 피해자들이 고통의 기억 한 조각이라도 떠올릴까 봐 자세한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당시 받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전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안기부, 치안본부, 보안사 이 세 축의 국가 권력들은 당시 국민을 향해 정권의 폭력을 실행했다.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체계적으로 진행이 됐고 고문과 폭력으로 국민의 일상에 공포를 심어 통제수단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진짜 간첩을 쫓는 안기부, 간첩을 운동권인 줄 알고 숨겨주는 여대생들 자체가 그들의 주장에 합리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건 또 다른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우리가 과거를 이야기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끊임없이 기억을 전하려 하는 건 국가 폭력이 일상적 위협이었던 그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이 드라마에 관계된 모든 분이 성찰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한편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부터 꾸준히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첫 방송 직후 올라온 방영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은 25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한 상태다.

 

더군다나 일부 네티즌들은 ‘설강화’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며 방영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