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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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지지율 동반 하락… ‘이대녀’ 표심잡기로 타개 모색

‘가족 리스크’ 여진 계속
아들 도박·아내 허위 경력 의혹
2030세대 여성 비호감 더 늘어

李 “보육·양육, 국가가 책임져야”
오후 7시까지 초등 돌봄도 강조

尹, 페미니스트 신지예 파격 영입
당 안팎, 반발 목소리… 갈등 우려
신지예 신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육아·보육 국가 책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vs 1990년생 페미니스트 영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여야 양당 대선 후보가 2030세대 여성을 향해 경쟁적으로 구애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윤 후보 모두 본인 이미지만으로도 그간 ‘이대녀’(20대 여성) 사이에서 비호감 기류가 형성됐다. 여기에 최근 이 후보는 장남의 성매매 의혹, 윤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지며 이들 세대의 비호감 정서가 더욱 강해졌다. 가족 리스크에 일제히 고개를 숙인 두 후보가 지지율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험지’인 이대녀 표심잡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민주당 이 후보는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출생은 개인의 몫이지만 보육·양육·교육은 완전한 국가의 책임”이라며 “출산·육아·보육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위탁부, 위탁모, 싱글맘, 싱글대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일반인 8명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 합계 출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유는 성장 정체로 인해 미래 희망이 사라진 것이 첫째 요인이고, 출산·보육·양육·교육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데다 여성들이 전담하다시피 하는 비정상적 구조에서 기인한다”며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여성을 일터로 보낼까 고민했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남성을 집으로 보낼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정상가족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가족 정책을 입안할 때 부모가 결혼해 자녀를 데리고 사는 유형의 전통적 의미의 가족을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 집행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전제로 보육·교육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초등돌봄 최소 오후 7시까지 제공,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 등록제 시행, 유치원과 보육시설 통합 등 보육 공약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이날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사진)씨를 윤 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신씨는 2004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 경력을 시작으로 녹색당에서 활동하며 20·21대 총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신씨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 대표가 각종 방송에서 정치평론을 하던 시절 격론을 벌였던 사이로, 신씨는 보수 정당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여겨졌다. 신씨는 이 대표가 주장한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하게 비판했고, 윤 후보의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새시대준비위 위원장실에서 신 대표의 인재영입 환영식을 열고 “기존의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정당 안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해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윤 후보가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주셔서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상징인 ‘공정과 상식’이 배우자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으로 흔들릴 위기를 맞아 ‘신지예 카드’를 내세워 당의 취약지인 이대녀와 함께 젊은층 표심을 어루만지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 목소리가 나오며 당내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씨 영입과 관련해 “별다른 의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할 때는 제지·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미·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