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전면등교 정책이 29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탓이다. 정부는 청소년들이 백신을 피한다며 접종을 호소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함부로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20일부터 수도권 모든 지역 학교와 비수도권의 과대학교·과밀학급에 대해 학교밀집도를 3분의 2 이내 수준으로 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전교생 3분의 2 이내 등교를 적용했고, 다른 지역과 달리 1, 2학년을 포함해 최대 4개 학년만 등교하도록 했다. 부산 역시 과대·과밀이 아닌 초등학교도 6분의 5만 등교하고, 중·고교는 3분의 2로 밀집도를 제한했다.
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는 급증세다. 13일부터 19일까지 유·초·중·고교생 감염자는 모두 5909명으로 하루 평균 844.1명이 확진됐다. 14일에는 1107명이 확진돼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교원 확진자도 같은 기간 49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0.8명꼴이다.
그동안 정부는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우려하며 전면등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월26일 열린 ‘일상회복 지원을 위한 영상회의’에서 2학기 전면등교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가 전면등교를 강조한 날 코로나19 확진자는 481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했다. 교육부 역시 수능이 마무리된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전면등교를 강행했다. 전면등교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진자는 3098명에 달했지만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확진자 500명이 채 안 되던 시점에도 이뤄지지 않았던 전면등교가 감염자 3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전면등교가 중단되자 현장 반응도 갈렸다. 일산의 한 학부모(39)는 “한 반에 한 명씩 확진자가 있어 아이들이 자가격리가 많이 됐던 때”라며 “원격수업이 이뤄져 자가격리 중에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안양의 한 학부모(47)는 “비상시에도 전면등교를 유지하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이미 연차까지 모두 소진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백신접종을 둘러싼 학생,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과 전면등교가 겹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는 7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는 백신접종률이 낮은 청소년이 코로나19 전파의 주범이 됐다고 지적하며 백신접종을 독려했다. 이날 0시 기준 12~15세의 백신 2차 접종률은 31.5%, 16~17세는 69.0% 수준이다.
정부는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원 등 청소년 시설에 방역패스 적용을 추진했고, 보건소 접종팀을 학교로 보내 백신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기엔 정부 정책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수도권에서 찾아가는 백신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청소년 접종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반발이 만만치 않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어느 학교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을) 하려다가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며 “지역별로 상황 변동이 있어서 접종률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이) 마무리된 뒤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