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을 덮치면서 ‘산타 랠리’(성탄절을 전후해 연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주요 증시가 3거래일 연속 하락 중인 데다 장을 마친 뒤에도 ‘오미크론이 미국 내 우세종이 됐다’는 악재가 추가되며 당분간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유가도 3% 넘게 급락해 장중 이번 달 최저치를 경신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433.28포인트(1.23%) 내린 3만4932.16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14%, 1.24%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주말 네덜란드가 재봉쇄를 선포하는 등 유럽 국가들이 봉쇄를 서두를 것이란 소식이 시장에 반영되며 약세를 주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미국의 사회복지 예산안 통과 실패 등 뉴스도 변동성을 키웠다. 최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오미크론 우려로 일제히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나스닥 지수는 무려 3.76% 하락했으며, S&P500 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3.01%, 2.77% 떨어졌다.
당분간 반등도 어렵다. 이번 주는 성탄절 연휴를 맞아 오는 24일 휴장해 거래량도 줄어드는 데다 오미크론발 악재가 이어지면서 추가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오미크론은 연말로 접어드는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말 증시 전망이 오미크론 악재로 어두워지면서 미국 증시의 산타 랠리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비관적 예상도 나온다. 오미크론 확산 이전인 10월과 11월에 코로나19 회복 기대감으로 증시가 이미 상승세를 펼쳤기에,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 후 연말 약세장에서는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만다 아간티 PNC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는) 이미 산타 랠리를 펼쳤으며, 투자자들은 약간 피로해하고 있다”면서 “오미크론 공포뿐 아니라 이익을 잠근 채 성탄절 휴가를 떠나는 투자자들도 ‘산타 랠리 실종’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CNBC방송에 말했다. 미 온라인 금융업체 소파이의 리즈 영 최고투자전략가도 “산타 랠리가 생기려면 12월 중순부터 형태를 갖춰야 하지만, 이미 그렇지 않다”며 “현재보다 주가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도 재봉쇄 조치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급락했다. 이날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20달러(3.1%) 하락한 배럴당 68.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66.04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이달 들어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으나 내년 2월 1∼6일 춘제(중국 설) 연휴를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현재까지 4건 보고됐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랴오닝성 선양 등은 춘제 연휴에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일본은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년 1월 이후에도 시행할 방침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1일 “연말연시 상황을 살피며 당분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