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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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내분’에 삐걱대는 野… ‘원톱’ 김종인은 어디에

집안싸움 파국 번지는데 존재감 없어
이준석 vs 조수진 충돌에 전화중재만
“가장 어른이 사실상 방치” 지적나와
비대한 선대위에 역할 제한적 반박도
金 “제대로 안움직여” 전면개편 시사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럴 때야말로 ‘원톱’으로서 역할을 해주셔야 할 때인데….”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같이 한탄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겨냥한 여권의 집중 공세에 이어 선거대책위원회 내부 갈등이 폭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위기관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존재감이 희미해서다. 당 내에선 김 위원장을 향한 이런 불만과 현 선대위 체제에선 김 위원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윤 후보의 부인 김씨 관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던 지난 수 일 동안 윤 후보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 외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날 선대위 회의에선 여야를 향해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하고 민생과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을 위해 각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걸고 경쟁할지에 몰두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기도 했다.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와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이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언성을 높여가며 정면충돌한 뒤, 이날 이 대표가 모든 선대위 직을 던지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은 오전에 두 사람과의 전화 통화로 중재를 시도한 것 정도를 제외하곤 딱히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조 단장의 발언 자체가 좀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오전 조 단장에게 ‘어제 발언을 포함해 잘못한 것을 이 대표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사죄를 해서 이 사태를 원만하게 추슬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이날 새벽 자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선대위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대표로서 인내를 갖고 참아줘야 한다.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번 사태를 두고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어제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충돌을 두고 ‘그게 민주주의’라고 한 건, 맥락 그대로 해석할 게 아니라 후보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도 포함된 것”이라며 “어쨌든 당대표가 얽힌 일인데 선대위 원톱이자 가장 어른인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정리를 해줬어야지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위원장과 가까운 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선대위가 워낙 ‘매머드 선대위’라 김 위원장이 뭘 어떻게 대응하려고 해도 뜻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지금의 선대위 체제로 계속 간다면 앞으로도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김 위원장도 현행 선대위 체제에선 자신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금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대위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선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했을 때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며 “종합상황실(총괄상황본부)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선대위를 끌고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윤 후보의 ‘1호 공약’과 관련해 “후보가 (그간) 내세운 게 ‘약자와 동행하겠다’ 아니냐”며 “양극화가 심화돼서 (하위) 50%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어려운 분이 많은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정상적인 삶으로 끌어올릴 것이냐하는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 1호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전반적인 공약 초안을 완성하라고 지시했고, 내년 1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공약을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