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개편과 운영 권한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일임하며 ‘이준석·조수진 충돌’로 드러난 선대위 난맥상 수습에 나섰다. 대대적 인적 쇄신에는 선을 그은 채 ‘매머드급 선대위’의 역할 조정을 주문하면서 당장 돌출된 갈등을 임시방편으로 덮는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에 당 내홍이 겹치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22일 ‘1박2일 호남’ 일정에 앞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윤 후보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이 그립(통제)을 강하게 잡고 하시겠다고 했다”며 “저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처음에 거대하게 선대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기적으로 전면 개편은 할 수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나갈지는 앞으로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와 관련해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당으로서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상임선대위원장을 그만뒀다고 해서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있을 수가 없다”며 “이 대표의 정치의 미래도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마치느냐에 달려있다”고 책임론을 강조했다.
대대적 구조조정은 ‘정권교체에 뜻이 있는 사람은 모두 함께해야 한다’는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 철학과도 배치된다. 일단 선대위 각 기구 책임자가 모두 참여하는 일일점검회의체를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동헬기’를 띄우겠다”며 권한을 특정 조직에 집중시키는 개선안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개편이 난맥상을 바로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선대위 지휘체계 곳곳에 포진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걸림돌이라며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400명 이상 규모로 비대해진 선대위 자체도 문제지만, 대선 전략의 핵심인 후보 일정과 메시지 조율 과정에 이들이 개입해 효율적인 대응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근들이 이날 일제히 ‘파리떼’, ‘윤핵관’을 정리하라며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권성동 사무총장은 “윤핵관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답변하기가 부적절하다”며 시각차를 보였다. 이 대표가 이른 시일 내 선대위에 재합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의 역할과 리더십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선 서병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는 사사로이 꿍쳐놓고 있는 선거캠프부터 폐쇄하라.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윤핵관의 소굴을 정리하지 않으면 조만간 당 대표처럼 뛰쳐나갈 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당 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들 전원이 백의종군하고 당직 또한 개편하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 지지율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2주 전보다 5.2%포인트 떨어진 4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같은 기간 0.1%포인트 하락한 37.0%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도 8.2%포인트에서 오차범위 내인 3.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번 조사는 YTN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02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