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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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결 실종 비호감 대선에… 2030세대 표심 '오리무중'

30대도 59.3%가 변심 가능성 보여
전체 유권자 중 32%가 ‘스윙보터’
대선 최대 승부처 판세 오리무중
진흙탕 싸움에 부동층 비율 증가

여야 대선주자가 내년 3월 대선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 표심에 집중 구애를 벌이고 있지만 20대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가 ‘현재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도 50% 이상이 ‘지지 후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여전히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두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여야 대선 후보와 가족을 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네거티브 공방이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면서 유권자들이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두 후보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상대로 벌인 ‘5자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 민주당 이 후보(32.9%)와 국민의힘 윤 후보(35.2%)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2주 전 여론조사와 비교해 이 후보는 3.4%포인트, 윤 후보는 1.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양당 후보가 모두 ‘가족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여론이 동반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 지지로 바꿀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20대 76.4%가 ‘현재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30대의 59.3%도 ‘다른 사람 지지로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20대는 22.6%, 30대는 40.7%에 그쳤다. 40대는 70.8%, 50대는 80.9%, 60대 이상은 78.2%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2030세대 상당수가 여전히 ‘스윙보터’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또 연령대별 조사에서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대(18~29세)는 이번 ‘비호감 대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24.0%, ‘모름·응답거절’은 12.8%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36.8%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으로 19세 이상 유권자 4365만9375명 중 31.8%(1390만5328)가 2030세대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30∼40% 박스권에 갇힌 것은 부동층을 의미하는 ‘의견유보’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 이후 한국갤럽이 2주마다 진행한 차기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의견유보’는 11월 16∼18일 조사에서 14%, 11월 30일∼12월 2일 조사에서 15%, 12월 14∼16일 조사에서 16%, 이번 조사에서는 16.6%로 증가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진영별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층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역주행이 가시화하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호감도와 불신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양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와 이를 덮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 그 가운데 실종된 정책·비전 등을 이 같은 부동층 확대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2030, 이념보다 실용 중시… 정책실종 선거에 거부감 폭발

 

“2030은 실용적인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경희대 채진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30과 시대 흐름에 대한 후보들의 성찰이나 비전이 없다.”(인천대 이준한 교수)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2030세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어느 쪽에도 선뜻 마음을 주지 못하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후보자와 가족의 도덕성 문제, 네거티브전에 실종된 정책·비전, 보여주기식 청년인재 영입의 역효과가 청년세대 부동층을 잡지 못하는 요소로 꼽히는 가운데 이념이 아닌 실용과 이익에 초점을 맞춘 후보의 비전과 공약에 2030세대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전망했다.

 

2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12월 넷째 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지지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였다. 전 세대를 통틀어 부동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20대(18∼29세)로 29%에 달했다. 30대(23%)가 그 뒤를 이었다. 같은 날 머니투데이 의뢰로 한국갤럽이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자는 20대 24.0%, 30대가 15.6%였다. ‘모름·무응답’까지 포함할 경우 20대 부동층은 36.8%로 이재명(19.5%)·윤석열(21.1%) 후보의 지지율보다 높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지난달) 기준 19세 이상 유권자 4365만9375명 중 31.8%(1390만5328)가 2030세대로 부동층이 많아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양당 모두 청년층 표심 잡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우선 비방전에 실종된 진흙탕 선거가 오히려 실용적인 2030세대 유권자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실용적인 세대인 만큼 당면한 취업 및 주거 안정 공약과 정책에 대한 갈망이 높지만, 정책 선거가 실종되면서 실망도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채진원 교수(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2030세대 유권자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이익”이라고 꼽았다. 채 교수는 “두 후보가 2030세대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는 이념과 이데올로기보다는 취업과 부동산 등 생활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움직일 것”이라며 “일자리 문제의 경우 586세대의 독식, 호봉제 개선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푼돈으로 수당만 준다고 하니 피부에 와 닿지도 않고 진정성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도 2030세대의 지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후보의 경우 과거 형수 욕설과 전과 이력, 아들 동호씨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이, 윤 후보는 아내 김건희씨의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장모 관련 재판 등이 악재다. 특히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강조해온 윤 후보에게 아내의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이에 대한 뒤늦은 사과는 도덕성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대 장승진 교수(정치외교학)는 “2030세대는 특정 정당에 대한 애착심이 약해서 상대적으로 (도덕성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여주기식 청년 영입의 역효과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은 30대 워킹맘에 우주산업 전문가인 서경대 조동연 교수(군사학과)를 1호 영입 인재로 발탁했지만 조 교수는 사생활 논란에 스스로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사업가 노재승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막말 논란에 자진사퇴했다. 2030세대라는 상징에 초점을 맞춰 정치권 밖 인재를 데려와 놓고는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내쳐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자 당내에서는 “무작정 영입하면 우리 핵심 지지세력은 우리 노선에 혼란을 느끼고 이탈하게 된다”는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는 “(인재 영입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며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청년 영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李 ‘청년=취약계층’… 기본소득 두 배 지급 尹 ‘공정 회복’ 강조… 저소득층 선별 지원

 

내년 3월9일 제20대 대선에서 청년 세대가 핵심 유권자층으로 떠오르면서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앞다퉈 청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청년층을 취약계층으로 규정, 보호해야 할 대상에 방점을 찍었다면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 청년층을 겨냥해 공정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V사인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달 5일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인근에서 학생들의 요청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뉴스1

이 후보의 핵심 청년 공약은 기본소득이다.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만19세부터 29세의 모든 청년에게 연 2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년에겐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100만원의 두 배를 지급하는 것이 포인트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지역화폐 연간 100만원 지급) 시행으로 정책적 효과를 체감한 뒤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을 거쳐 대선 공약까지 발전한 이 후보의 ‘간판 정책’이지만, 재원 마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진 우선순위에선 밀려난 상태다.

 

청년을 보호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은 이 후보의 브랜드 정책인 기본 시리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호 중 일부를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고 청년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청약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을 공약했다. 또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시중은행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해 주는 경기도의 청년 대상 기본대출을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이 후보는 또 다른 정책 시리즈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에서도 다수의 청년 구애 정책을 포함했다. 이 후보는 소확행 제1호 공약으로 청년층이 재산형성 기회로 간주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청년면접 관련 완벽 지원 서비스 도입, 게임산업 관련 ‘상무 e스포츠 선수단’ 창설 및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약속했다.

파이팅 외치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 덕진구 전북대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미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윤 후보는 민주당의 최대 약점인 ‘조국 사태’ 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청년 맞춤형 공정 회복 공약을 발표했다. 공정한 입시·취업과 관련해 입시 비리 신고센터인 일명 ‘암행어사제’를 도입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 입시 비리가 확인되는 대학에는 대학 정원 축소와 관련자 파면 등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정시 비율 확대 조정을 통해 조국 사태의 원인을 부른 특혜입학 논란, ‘아빠 찬스’ 논란을 부른 현행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 시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깊어진 젠더 갈등을 겨냥해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안 또한 ‘공정 회복’의 연장선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청년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면서도 이 후보의 ‘청년 보편 복지’와는 구별되는 선별적 지원을 강조했다. 저소득층 청년에게 최장 8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도약보장금, 청년 재산형성을 위해 취업 후 연간 25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15∼25%를 국가가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 등이 있다.


장혜진·이창훈·배민영·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