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전국을 덮친 가운데 오는 31일 세밑 한파가 다시 몰려올 전망이다.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는 한랭질환 취약계층인 고령층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추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주말 서울이 41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마지막날에도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겨울철 강추위는 한랭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7일까지 전국 응급실 503곳에 한랭질환으로 신고된 환자는 총 19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사망자도 4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3년여 간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53명이다.
대표적인 한랭질환은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증은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지만, 내분비계 이상, 특정 약물 사용, 물에 젖은 상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체온증은 초기 온몸, 특히 팔과 다리의 심한 떨림이 발생하고 체온이 더 떨어지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기억력과 판단력,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심할 경우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또 다른 한랭질환인 동상은 낮은 기온에 몸이 노출돼 코, 귀, 뺨,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 부위가 얼어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저림이 있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감각이 없어지고 물집이나 부종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 있어 즉시 대처해야 한다.
한랭질환 취약계층은 고령층과 고혈압, 당뇨, 뇌졸중 환자 등 만성질환자, 노숙인 등이다. 특히 고령층은 추울 때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줄이는 방어 기전이 일반 성인보다 낮아 추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7일까지 고령층은 전체 한랭질환자의 절반 가량(46.3%)을 차지했다.
윤영훈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따뜻한 곳으로 옮겨 젖은 옷을 벗기고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고 겨드랑이, 배 위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 등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상 환자의 경우 추위에 손상된 부위가 감각이 없어지면 우선 따뜻한 환경으로 옮기고 동상 부위를 따뜻한 물(39~42℃)에 담근 채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 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상 부위를 문지르고 주무르는 것은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할 수 있어 금물이다. 윤 교수는 "동상 부위를 얼음으로 비비는 것도 조직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랭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실내 온도를 18~2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실내 운동과 적절한 수분 섭취, 고른 영양섭취도 도움이 된다. 외출할 때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방한 모자, 장갑 등 방한용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하지만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이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기 때문에 체온이 3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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