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지지율 하락 의식했나… 윤석열 “이준석, 역할 잘할 거라 믿어”

“대단한 능력 가져” 에둘러 표현
선대위 회의 주재하며 기강 잡기
李, 선대위 개편 방향 긍정 반응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 모색 정책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8일 이준석 대표와 갈등과 관련해 “이 대표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잘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 이탈로 불거진 당 내홍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의식한 언급이다. 당 안팎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경고등이 울리면서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일단 이 대표를 향해 윤 후보가 직접적인 ‘압박’을 주려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또 매일 오전 7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겠다며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윤 후보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대표가 선대위직뿐 아니라 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향후 (이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입지 내지 성취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본인의 책임, 당 대표 역할, 이런 것에 대해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적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윤핵관은 없다. 만약에 핵관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선대위 모든 사람이 핵관이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스스로 당 대표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자각해야 한다는 의중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또 이날부터 오전 7시에 열리는 총괄본부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선대위 군기 잡기에 나섰다. 윤 후보는 상황·직능·정책 등 6본부장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았다. 당 안팎의 선대위 인적 쇄신론에 선을 그으면서 이 대표의 합류와 상관 없이도 선대위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오전 8시에 상황실과 후보 비서실이 함께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주재하며 효율적이고 일관적인 메시지·일정 조율에 나섰다.

연일 윤 후보와 각을 세우던 이 대표는 이날 선대위 재합류에는 확답을 피하면서도 선대위 개편 방향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를 향한 직접 비판의 수위도 대폭 낮아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직접 회의 주재에 대해 “실질적으로 권한·책임 있는 단위의 회의체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쇄신 없이는 변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여러 아이디어 모색 중이다”고 말하면서도 “(선대위 개편이) 조건부 참여는 아니다”고 구분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측이 요청하면 당연히 복귀할 생각”이라고 했지만, 윤 후보는 이날 주한미상공회의소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당 대표로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만 언급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재, 정경희, 김승수 의원. 서상배 선임기자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평행선을 이어가면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 사퇴부터 윤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등의 백가쟁명식의 해법이 쏟아졌다. 초선인 김승수·정경희·최승재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나 대표직 사퇴에서부터 윤 후보와 화해 등을 촉구하는 초선 의원들의 기류를 전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이 대표를 만나 갈등 중재에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가 직접 나서서 갈등 관리를 하시기 바란다. 더 악화시키면 선거가 어려워진다”며 “이 대표가 못마땅하더라도 포용하시라. 이 대표를 핍박하면 대선은 물 건너간다”고 우려했다.


이창훈·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