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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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고발사주’ 무혐의 종결 미루고… 李 ‘대장동’ 윗선 규명 올스톱

공수처, 손준성 구속영장 잇단 기각
민간인 사찰 등 인권침해 논란 일어
검찰, 대장동 4인방 기소 이후 답보
정진상 소환일정 “조율 중” 되풀이
수사 중립성 의심·비판 목소리 높아
김진욱 공수처장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뉴스1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당 대권 주자를 겨눈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진실 규명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 벌어진 ‘고발사주’ 의혹 모두 제기된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대선 후보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을 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과 공수처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도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한 채 수개월을 허비했다. 특히 양 기관 모두 핵심 수사 대상의 극단적 선택, 민간인 사찰 등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암초에 갇힌 형국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를 겨냥한 수사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에서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에서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했고, 검찰은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가 연루된 코바나컨텐츠 전시 우회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이다.

우선 공수처는 가장 공을 들여온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윤 후보의 무혐의 처분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면서 공수처는 수사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 최근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을 자초하면서 수사에 집중하기 어렵게 된 점도 악재다.

공수처가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 등에서도 수사가 답보 상태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윤 후보 측 서면진술서를 받으며 진도가 나갔지만 나머지 사건은 감감무소식이다. 윤 후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못한 만큼 대선 전에 결과를 내놓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가 수사 중인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우회 협찬 의혹도 결과 발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일각에선 “검찰이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때마다 검찰은 “계속 수사 중”이란 입장이다.

이 후보를 겨눈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도 개발과 관련된 핵심인물을 기소한 데서 멈췄다. 이 의혹의 핵심은 민간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과정, 그리고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넘어 윗선이 존재하는지, 그의 지시나 묵인·방조가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문래동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복지국가실천연대 간담회 - 청년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지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소환조사하기 위해 계속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 부실장을 조사하지 않고는 이 후보의 관여 여부를 밝히는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정 부실장 측은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란 입장이지만, 검찰 일정에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시간은 더욱 지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우려와 비판이 거세다. 공수처는 올해 초 출범 후 총 24건을 입건했는데 이 중 4건이 윤 후보 관련 사건이다. 대장동 수사 실무 책임자인 김태훈 4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친정부 성향’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있어 진실을 알려주고 그걸 토대로 판단하게 하는 게 수사기관의 책무”라며 “수사기관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를 의식해 수사를 미룰 것이 아니라 빨리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