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윤석열 “MB사면 국민 통합에 도움… 선거 유불리 생각은 잘못”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인터뷰

“李 대표 자신의 역할 분명히 인식
본인 정치 입지 위해서라도 잘할 것

이재명, 文정부와 차별화 못 믿어
연금개혁 현정부처럼 방치 않을 것

김건희 사과는 본인이 결정한 것
정치공학적 사과 아냐… 진정성 맞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법치시스템 회복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핵심 지지층의 1표가 일반 지지자 표의 30배’라는 사고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똑같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지층만을 겨냥한 ‘팬덤정치’의 폐해를 수차례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거 생각에 핵심 지지층이 반대한 것을 하면 ‘후에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개혁위원회 구성을 약속한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처럼 (연금개혁을) 내팽개치지 않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만명 공무원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공무원 연금개혁을) 했다”며 대통령이 되면 선거 유불리가 아닌 국익에 기초한 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당 대표 위치에서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울산 회동’과 같은 만남에는 “그런 그림이 반복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선대위 개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윤 후보와 일문일답.

 

―정권교체 여론에 윤 후보 지지율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가 더 잘하기를 바라면서 유보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정권교체 여론의 같은 그룹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과 더 연대하고 합쳐야만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고 본다. (안 후보와) 정권교체라는 큰 틀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선대위직에서 사퇴했다. 이 대표와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당 대표는 선대위에서 보직을 갖든 안 갖든 대표라는 위치에서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도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서 본인의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라도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울산 회동’처럼 이 대표를 직접 만날 계획이 있나.

 

“그런 그림이 반복되는 게 좋지는 않다. 당 대표로서의 대선에서 역할을 하면 된다.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오히려 큰 반전이 일어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재인정부 정책을 뒤집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차별화 기조는 어떻게 보나.

 

“말로만 한 것이지 (문 정부와) 차별화를 한 것이 없다. 진짜 차별화를 하려면 대장동 특검을 받아야 한다. 차별화하다가도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또 말이 바뀌고, 조변석개(朝變夕改)하니 믿을 수가 없다.”

―문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을 하나의 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턱도 없는 소리다. 제가 안에서 다 보고 나왔다. 대체 이게 개혁이냐, 길들이기냐. 권력기관을 제대로 개혁했으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을 검찰이 저렇게 수사를 안 하고 놔둘 수 있는가. ‘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은 친여 성향의 성남지청장에게 배당을 해서 아예 진행도 안 되고 있다. 이 정부는 자기랑 반대되는 사람은 주변까지 싹 털어서 통신조회를 한다.”

 

―경제정책 공약을 보면 ‘작은 정부론’에 가깝다.

 

“경제 성장과 발전은 기본적으로 기업인이 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의 역할이라는 것은 기업인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서도 시장에 들어와 있는 기업과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같은 대표 공약이 없다.

 

“기본소득에 대응하는 공약이 있냐고 물어보면 우린 그런 공약은 만들지 않는다. 재정 낭비만 초래하고 아무런 효과 없는 그런 정책은 필요 없다고 본다. 1년에 100만원씩 주기 위해 50조원을 쓴다는데 그럴 돈이 있다면 차라리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육성하겠다.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코딩 교육 등을 시키면 이들이 뛰어난 인재로 커나갈 수 있다. 기업도 그런 인재가 필요하지 않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이 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결정이 나지 않았다.

 

“국민통합이라는 미래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잘했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도) 그런 관점에서 결정하면 국민이 좋아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처음 구속될 때는 특검에서 수사를 다 못했기 때문에 제가 (기소를) 안 했다. 그 이후에 작은 추가 기소를 제가 지휘했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건 진영을 떠나서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분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는 것이 검사로서 마음이 참 아픈 일이었다.”

 

―아내 김건희씨가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제가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다. 본인이 결정한 거고 사과문도 직접 썼다. ‘이 부분은 좀 고치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했다. 저나 제 아내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정확히 가려서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게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했다. ‘사과하고 터는 게 유리하다’식의 정치공학적인 사과는 아니라고 본다. (아내는) 사과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확인할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진정성만은 맞는 거 같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 세대·직역 간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서 선거용 공약으로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문 정부처럼 내팽개치지 않겠다. 임기 중에 초당적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대타협을 거친 ‘그랜드 플랜’을 만들겠다.”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는 무엇인가.

 

“‘원칙 있는 예측 가능한 외교’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나라끼리 동맹을 맺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 등에 대해서는 우리의 정체성과 입장을 분명히 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


대담=이우승 정치부장, 정리=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