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에 걸쳐 논의해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 활동인지 세운 기준이자 해당 산업에 금융투자와 기술개발 지원을 활성화하려는 안내인 셈인데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여기에 포함됐다. 원자력발전은 추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일단 제외됐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69개 경제활동이 ‘녹색’으로 분류됐다. 녹색 경제활동은 환경부가 설정한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지 기준으로 설정됐다. 6개 환경목표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이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 작성에 유럽연합(EU)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기준을 참고했다.
세부 경제활동으로는 재생에너지, 무공해차량,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등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를 제조하는 활동이 포함됐다. 전기가열로, 수소환원제철, 비탄산염, 혼합시멘트 등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시멘트 등의 산업이 어떤 기술 발전에 집중해야 할지도 제시했다. 이 밖에 포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설비 구축·운영, ICT 기반 에너지 관리 솔루션 개발 및 시스템 구축·운영 등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활동도 녹색으로 분류됐다. 이 활동들은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분명히 기여한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활동이 포함된 ‘녹색부문’ 외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는 ‘전환부문’도 따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화석연료인 LNG 및 혼합가스를 이용한 발전이 포함됐다. LNG발전은 2035년까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다. 환경부는 LNG 발전이 포함된 이유를 “탄소중립이라는 최종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이라는 점에서 한시적으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눠 ‘한지붕 두 가족’ 체제”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환경계를 중심으로 녹색분류체계가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이고 앞으로 금융권 등이 투자해야 할지 기준으로 삼는 ‘신호등’ 같은 가이드라인이란 점에서 LNG 발전을 포함한 데 비판이 나온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은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에너지 인프라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고착해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위험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LNG 발전 등 전환부문 사업들은 대규모로 진행됐던 사업이라 향후 녹색부문에 새로운 자금 투자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발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환경부는 EU가 원자력발전 포함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주시하며 국내 상황도 고려해 추후 재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