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처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한 말은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현실을 보여준다. 봉쇄와 격리, 거리두기, 백신접종, 생활수칙 준수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은 이 모든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당국이 우한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사례를 WHO에 처음 보고하고 ‘우한 폐렴’이란 이름으로 코로나19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이런 상황을 상상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31일로 꼬박 2년을 맞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 인류는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되고 주변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데도 WHO는 한동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주저했다. “창궐로 확산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길게 가지는 못했다. 2020년 3월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단순한 공중보건 위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기”라는 말로 팬데믹을 선언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모든 국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에서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 나왔고, 이후 대구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첫 위기를 맞았다.
감염자 수가 급속히 늘어가는 가운데 각국 당국은 감염자 격리, 도시와 국경 봉쇄,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 수칙 강조로 대응했다. 인적이 드물어진 도심의 거리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은 코로나19가 만든 살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사망자 급증에 따라 시신이 방치되는 사례조차 각국 언론을 통해 드물지 않게 보도됐다.
상황이 악화되는 만큼 백신에 대한 간절함은 커졌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백신 대량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90대 여성 마거릿 키넌이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로 이름을 알렸다. 부작용에 대한 염려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백신 접종이 각국에서 진행되면서 코로나19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은 높아갔다. 최근에는 ‘몰루피라비르’ ‘팍스로비드’ 등의 치료제가 개발되어 공급을 앞두고 있어 ‘게임 체인저’로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달 처음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에 세계 각국의 감염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감염자 수는 연일 최대치다. 세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9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45만명, 프랑스는 20만명을 돌파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중남미서도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신규 확진자는 4만2032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3차 접종(부스터샷)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 등은 4차 접종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0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억8118만4403명이며 사망자는 540만6357명이다.